누구를 위한 규제개혁인가
규제는 국가 운영의 원칙을 담은 규범으로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과도하거나 시대에 뒤쳐진 규제는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민 삶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규제개혁은 우리나라는 물론 선진국에서도 주요 국가 어젠더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영삼 정부 임기 말 행정규제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본격화 되었으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핵심 국정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은 규제개선을 위해 비용편익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고 있으며 EU 역시 비용편익이외에 경제·사회적으로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법령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한다. 이런 측면에서 법령을 규제와 동일한 개념으로 본다고 해서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규제”의 영문 표현이 “법령”이라는 의미를 가진 “regulation”이다. 특히 건축사법, 변호사법 등의 전문자격과 관련된 법령과 건축법, 의료법 등과 같은 행위제한 관련 법령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법령은 규제의 질을 높이는데 더 중점을 둬야 한다. OECD는 자격이 국가의 인적 자원을 평가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국가는 자격제도가 일정한 질을 확보하고 공신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격을 규제의 시각으로 본다하더라도 관련 규제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무게를 둬야 한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이 건설업계의 건축사업(建築士業) 진출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건설시공분야의 수주경쟁이 심해지면서 자본력을 이용, 상대적으로 취약한 인접 관계분야를 이용해 수주량을 확보하려는 업계의 요구를 규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이다. 비영리 법인이 아닌 영리를 추구하는 건설업체가 사익추구를 위하여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자격자를 고용하는 것은 규제개혁의 본질과 다르다. 또한 현재 시장상황에서는 중소업체의 사업영역인 골목상권으로 대기업 슈퍼마켓이 문어발식 확장을 추진하는 것과 진배없다. 이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와 정면으로 배치되며 집권당을 비롯한 대부분 정당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공약과도 상반되는 내용임을 규제개선추진단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