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영세 1만 건축사 줄도산…문 닫는다”

또 고개 든 ‘건설업체 설계업 허용’ 규개추<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총선 틈타 검토 ‘분별력 상실한 규개추’

2016-04-01     장영호 기자

경기침체로 건축사업계 사느냐 죽느냐 마당에
“대기업 퍼주기·중소기업 말살”…건축사협회 총력저지
‘건축사만 설계업무’, 규제라 보는 ‘규개추’
“의사 ‘의료’, 약사 ‘조제’, 변호사 ‘법률’ 행위도 규제냐”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이 건설업체의 건축설계업 허용을 검토중이어서 건축사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영세 건축사사무소들이 존폐 기로에 놓인 가운데 정부도 건축사의 고유업무를 진입제한 규제개선 대상으로 다루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4월 1일 건축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서 ‘건축설계업 진입 제한 규제 개선’을 내용으로 건설업체가 건축사를 고용시 신고절차를 거쳐 건축설계업을 허용해주고 법인 대표자의 건축사 자격 보유 및 건축사사무소 명칭사용 의무를 삭제추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중소기업 육성’ 현 정부정책기조와 역행, 자격제도 ‘건설업체 이익’에 운용 절대불가

건축사협회는 건축사, 의사, 변호사 등 국가전문자격사의 업무는 진입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과 창조경제·중소기업 육성에 방점을 둔 현 정부 정책기조와도 배치되고, 또 자격자와 무자격자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제공해 국가자격자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대응논리로 총력저지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의사의 의료행위, 약사의 조제행위, 변호사의 법률행위가 진입규제 대상이 아니듯 공적역할을 수행하는 건축사의 고유업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건설업체 건축사업 허용에 대한 문제는 2009년 11월 진입제한 규제 개선이 완료돼 종결 처리된 사항이다. 또 2014년에 다시 현 정부 규제개혁 기요틴 과제로 선정됐지만, 대한건축사협회와 대한건설협회 양단체간 합의 후 기획재정부의 ‘규제개혁 기요틴 과제(대통령 보고)’에서도 제외된 바 있다. 이 문제는 1990년대 초부터 제기돼 20년 넘게 건설업계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대선·총선 때마다 타이밍을 맞춰 줄기차게 거론되며 그 강도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그러다 2009년 ‘건축사법 시행령’ 및 ‘건축사법 시행규칙’ 개정에 의해 ‘건축사가 아닌 사람이 건축사와 공동으로 설립하고 20명 이상의 건축사가 속한 법인’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 건축물에 대해 건축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 건축물이란 ‘연면적의 합계가 10만 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으로 발주하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이렇게 2009년 건설업체에 설계업을 허용하는 문제가 완료돼 종결처리됐지만, 이번에는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이 나서 “20명 이상 건축사 보유·건축사사무소 명칭사용 의무도 없애고 아예 건축사 고유업무 권한을 통째로 허용하겠다” 주장하고 나섰다. 그간 국토부내에서 건설정책과는 ‘건설업자 입장에서 규제완화’를, 건축정책과는 ‘건축사 입장에서 현행제도 존속’을 주장해 팽팽히 맞서왔다.
2009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전문자격사제도 개선방안 연구’을 발표하며, 건축사 진입규제 완화방안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95% 중소사무소 소멸,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선진화된 건축사자격제도’와 배치

현행 건축사사무소 개설과 법인의 건축사 업무에 대한 제도를 1단계 ‘건축물 제한규정 삭제’, 2단계 ‘법인 제한요건 완화’, 최종단계 ‘법인 관련 규정 전면폐지’로 완화해야 한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971년 설립된 국무조정실 산하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건축사협회는 업계 생존의 문제이니 만큼 사태 해결 시까지 총력저지를 선언했다. 건축사협회 정책연구실 관계자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건축사의 업무를 사적 이익에 악용해 운용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공익 보호를 위해 자격사만이 배타적 권리와 책임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규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건설업체의 건축사업 진출시도는 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민생경제·경제민주화 국정과제와 집권정당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정책 ‘소상공인 살리기’ 공약과도 배치된다”며 “건축사사무소 명칭사용으로 자격자와 무자격자를 구분 판단할 수 있게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하고, 자격제도는 건설업체의 이익에 따라 편의대로 운용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건축연구원 관계자도 “대기업의 업무독점으로 95%에 달하는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는 일시에 소멸될 것”이라며 “2012년 건축사법 개정에 따른 5년제 교육·건축사등록원·계속교육 등 선진화된 건축사자격제도와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등으로 건축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건축사협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전국 124개 지역건축사회를 통한 각 정당에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총리실·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 항의방문 등 설계업 허용문제가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도록 총력저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