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의 모습으로 퇴색된 정기총회

2016-03-01     .

정치는 진실만을 도구로 삼지 않는다. 따라서 진실과 정치는 종종 갈등관계 속에 있으며, 정치의 도구는 ‘진실’이 아닌 ‘조직화된 거짓’인 경우가 더 많다. 다양한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유포되고, 위기의식이 조작되거나 과장되기도 한다. 정치화되고 계산된 거짓을 통해서, 증오해야 할 ‘적’과 손잡아야 할 ‘동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는 특정 사회나 경제시장을 상대로 기업이나 단체 등에 소속되어 외부 활동을 할 때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된다.
최근 국회에서 야당이 진행하고 있는 ‘필리버스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조직화된 거짓의 허구성과 그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전달해 준 것으로 민주주의 정치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함을 분명히 확인하게 해 주었고 그 초석은 아마도 진실함과 순수함이다.
2월 26일 진행된 대한건축사협회 제50회 정기총회가 개최됐다. 회원 20명 당 1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 총회로 보통 평범한 회원이 지니지 못하는 대의원이라는 특권은 개인이나 특정집단의 이득과 권력 확장이 아니라, 어떻게 회원들 공동의 선을 위하여 올바르게 쓰여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미리 짜놓은 각본처럼 순차적 질의를 진행한 특정 지역 대의원들, 회원들의 열망 속에 지난 5년 간 추진한 건축법개정안이 어렵게 국회 문턱을 넘은지 불과 나흘 후 정관개정 건의 동의서에 연대 서명한 시도건축사회장들, 이사회에서 직접 의결했음에도 총회에서 반대의견에 거수한 임원들 등 총회 구성원 간의 불신 속 견제들로 인해 정작 필요한 논의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진실함과 순수함은 보이지 않는 필리버스터 이전 국내 정치판과 같은 총회였다. 회장을 비롯한 관계된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평가에 대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경남의 한 대의원의 발언처럼 지난 1년 동안의 협회 운영에서 정교한 맞물림 없이 각자의 생각과 행동만이 존재했었다고 보인다.
항해에는 항상 역풍이 있다. 그 역풍을 순풍으로 바꾸는 것이 정치라고 한다. 하지만 목표가 없다면 순풍과 역풍의 의미가 없다. 일관성 없는 바람일 뿐이다. 목표와 결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저런 바람만 불어버린 이번 총회는 건축사로서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일반회원들에겐 미래를 보여 주지 못했다. 건축사협회의 일원으로 건강한 건축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부여잡게 하는 희망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협회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