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럼틀

- 임승유

2016-03-01     함성호 시인

아는 사람과 숲에 갔다 후두둑

숲에 비가 오면

숲에 들어간 동식물들은 숲에 있거나
숲에서 나오거나 한다
걸어서 나오거나 뛰어서 나오거나 한다

둘이서 들어갔다가
혼자서 나오기도 하는데

돌아보면 어깨가 없었다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임승유 시집 중에서/문학과 지성사/ 2015 아주 익숙한 대상들이 때로는 낯설게 보일 때가 있다. 사람이 그렇고, 사물이 그렇다.
특히 집은 가족들과 같이 있을 때와 홀로 있을 때가 완전히 다르다. 있던 방도 그대로고, 쓰던 사물들도 그대로인데, 그것을 같이 쓰던 사람이 없다는 사실 하나로 집은 낯설어 진다. 우리는 그 낯선 공간에서 늘 같이 있던 사람의 부재를 느낀다. 아이들이 쓰던 책상, 아내가 음식을 만들던 주방, 현관에 뒹굴던 신발들도 모두 생기를 잃는다.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매일 그것을 경험하고 있다. 그들이 집에 들어와서 느끼는 아이의 부재는 그대로 공간의 무게로 다가온다. 어깨가 없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