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편 "책 속의 책이 재미나게 펼쳐진다
2009-08-16 김수경
책 읽는 건축사? 책 읽어주는 건축사?
아내가 안부대상포진이라는 병을 앓으면서 누워있는 아내를 위해 소리내어 책읽기를 시작한 저자는 책을 통해 아내와 대화하고 과거를 더듬고 서로의 감성을 나누는 긴밀한 시간을 갖는다.
총 20여권의 책을 읽어주는 과정에서 각각의 테마별로 만나는 그들의 30년 부부인연의 이야기와 각자의 어린시절의 추억여행은 잔잔한 감동과 책이 주는 일상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다. 랜디포시의 ‘마지막 강의’를 읽어주며 자식을 두고 떠나는 부모의 마음과 더불어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고, 김구의 ‘백범일지’를 읽으며 ‘위대한 자식은 그 자식을 가질만한 위대한 어머니에게 주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내를 위해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는 저자의 음성을 따라 만나는 책 속의 책을 접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일상적인 대화나 아이들 애기를 빼면 할 말이 별로 없는 부부에게, 너무 바쁜 생활로 대화의 화두가 거의 없는 부모와 아이에게, 시어머니와 며느리에게 책 읽어주기를 권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지는 책이다. 책은 대화의 매개체이며 사유의 시작이며 마음속에 있는 자신을 끄집어 내고 자신을 비우게 만드는 힘이 있음이 분명하다.
건축 속에 묻혀있는 우리가 건축에 대한 시끄러운 애기들을 떠나 잠시 건축가의 눈을 통해 세상을 쉬어가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