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이야기
- 성윤석
2016-02-01 함성호 시인
도착할 곳, 가야할 곳은 백지白紙뿐.
그 이상과 그 이하도 아니다.
그 희디흰 땅덩어리에 말이다.
건축이 가야 할 곳도 결국엔 땅이다. 시가 가야할 곳이 백지라는 희디흰 땅덩어리라면, 건축이야말로 진정 땅위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주에서 홀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드물게도 공간을 땅으로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 시공간은 3차원 공간에 시간의 차원이 더해진 것이다. 장소에서 시간이 배제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공간이라고 한다. 그 공간에서 이루어진 건축은 왠지 고독하다. 아무도 없고, 아무런 이야기도 없기 때문이다. 고독한 건축. 아무도 살지 않는 별처럼, 시라는 건축이 이루어지는 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