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건축관련법안 계류율 51.3%
‘지자체 시행중인 근거법안’ 국회 표류, ‘법제화’로 길 터줘야
19대 국회가 4·13총선을 앞두고 끝을 향하고 있다. 현재 1월 임시국회는 1월 9일부터 시작됐지만, 여야가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03개 법률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건축관계 법령들이다. 올해 4월이면 건축법 및 관련법령 203개 법률안이 수명을 다한다. 19대 국회는 1월 31일까지 396개 건축법 및 관련법령 법안을 발의했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은 2012년도부터 2016년 1월 31일까지 건축법 및 관련법령 국회입법 처리현황을 조사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19대 국회에서 의원발의 또는 정부제출 법률안 396건 중 계류 중인 법안은 51.3%(203건)에 이른다.
◆ 서상기 의원의 ‘기술사법 개정안’, ‘정보통신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정책조율·체계적 검토 없는 의원입법의 폐해사례
특히 계류 중인 203개 법안 중 건축계가 예의주시해야할 법안이 있다. 정부제안 법률안과 달리 정부 각 부처간 의견조율 과정이 없거나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 분석되지 않은 의원제안 법률안들이다.
2015년 6월 10일 서상기 의원이 입법발의한 ‘기술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공공적 성격의 대규모 사업 설계와 감리를 기술사가 수행하여 최종 서명할 수 있도록 업무영역을 설정하고 책임을 지게 한다는 내용이다. 마찬가지로 서상기 의원이 2015년 10월 19일 입법발의한 ‘정보통신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계류 중이다. 현재 건축사가 수행하는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공사의 설계 및 감리를 정보통신 용역업자도 수행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기술사법은 2015년 11월 9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국토법안심사 소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11월 9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돼 역시 소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한명숙 의원이 2013년 11월 28일 제출한 건축법 개정안은 건축으로 인한 일조방해 및 조망 저해를 모두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또한 2014년 4월 10일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소위에 회부돼 계류됐다.
또 박수현 의원이 작년 3월 제출한 건축법 개정안이 있다. 고층건축물 등의 외벽에 설치하는 창호 마감재료의 경우에도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를 사용하도록 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현 PVC창호가 50~6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재질 창호 규제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건축신고 대상 건축물도 현행법에 따른 구조안전 확인대상 건축물로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건축법 개정안(강창일 의원 대표발의 2014년 3월)도 소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상기 나열한 법안들은 부처간 이견, 업계간 충돌, 과도한 예산문제 등으로 계류 중인 의원 입법발의로 제출된 법률안들이다. 정책조율, 예산검토 없이 입법발의되고 나서야 검토가 되는 의원입법의 잠재된 위험요소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필요법안 처리로 정책효과 확보 시급
한편, 계류중인 건축법에 이미 지자체에서 시행중인 제도를 뒷받침하는 근거법안들이 있다. 국회 통과가 필요한 법안들이다. 2014년 4월 이윤석 의원이 제출한 ‘건축법 개정안’을 꼽을 수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철거하는 경우에는 건축 관련 전문가가 공사감리를 하게 함으로써, 건축물의 철거공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법안으로 현재 소위원회에 회부돼 논의 자체가 멈춰있는 상태다.
건축사법에 있어서는 소속 건축사도 업무실적 관리와 설계도서 서명날인을 할 수 있도록 2015년 12월 14일 강석호 의원이 제출한 법률안이 있다.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돼 있지만,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 쟁점법안에 밀려있다. 공공발주사업을 함에 있어 건축사 업무대가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기준고시를 의무화하는 법률안(이명수 의원 대표발의, 2013년 9월 11일)도 전체위원회에 상정, 소위원회로 회부돼 잠자고 있다.
◆ 입법 불투명 법안, 정부 시행령개정으로 시행
제출된 법안이 입법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한 사례도 있다. 2015년 6월 신경민 의원과 2015년 4월 23일 강창일 의원이 발의한 내용은 2015년 9월 22일 정부에서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건축물 외벽의 불연·준불연 마감 재료 사용대상이 기존 30층에서 6층 이상 건축물로 확대됐다. 최동익 의원이 2014년 2월 24일 발의한 건축법 개정안, 심재철 의원이 2015년 5월 20일 제안한 건축법 개정안은 2016년 1월 19일 공포, 시행된 건축법 시행령으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편의시설이 면적산정에서 제외됐고, 건축물 옥상 출입 설치 승강기·승강장은 바닥면적과 층수산정에서 제외됐다. 이밖에 정부에서 2014년 10월 15일 발의한 건축사공제조합 별도 설립을 골자로 한 건축사법 개정안은 계류 중이었지만, 김태흠·심재철·강석호 의원안을 하나로 통합한 위원장 대안에 내용이 반영되면서 2015년 7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8월 11일 공포, 시행됐다.
◆ 무책임한 의원입법 남발…높은 계류율로 연결
건축법 및 관련법령으로는 건축법, 건축사법,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건축기본법, 경관법,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산업기본법, 주택법 등을 들 수 있다.
계류 중인 법안을 살펴본 결과, 사실상 의원들 각자 대동소이한 법안제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입법은 여러 번의 회의 과정을 거쳐 중복 법률안 제출이 없다고 하지만, 의원 입법은 법률 내용에 약간의 차이라도 있으면 중복제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률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지 않아 당연히 계류율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또 발의건수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로 활용된다. 각종 시민단체에서 수여하는 상과 당의 공천에도 영향을 크게 미쳐 무책임한 입법남발과 높은 계류율 결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발의된 396건 중 계류된 건축법 및 관련법령 미제법안은 이제 곧 90여일이 지나면 자동폐기될 운명에 처해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디펜스해야 될 법안 등은 예의주시하고, 건축계에 필요한 법안은 폐기되지 않고 19대 국회에서 처리되는데 역할을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건축물 감리체계 개선, 노후건축물 안전점검 내용을 담은 건축법이 1월 8일 통과돼 다행이지만, 법안이 잠자는 동안 정책적 효과가 반감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법안들이 적절한 시기에 통과돼 시행됐으면 한다”며 “현 상황에서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 상임위원회 개최는 다소 어려울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