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있는 허가권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2016-01-01     .

지난 12월 26일 서울 녹번동에서 주택 8채가 옆으로 기울거나 담장이 무너지는 등 붕괴 위험에 놓이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 바로 옆 도시형생활주택 터 파기 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되었는데 주택가 건설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CIP 차수벽, 일부 토류판 흙막이 벽과 스트럿 지보공을 동절기에 시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접 건물의 치명적인 손상을 피하지 못했다. 착공 시 제출한 설계도면과 동일하게 공사가 진행됐는지, 특히 CIP 근입 길이가 충분했는지 등과 스트럿 강성의 구조적 결함이 있었는지 등의 결함 여부는 구체적인 조사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70~80년대에 시공된 노후된 저층 주택들이 인접한 건설현장에서 이번과 같은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장담할 수 있는 건설기술자들은 없을 것이다. 본질적인 리스크로 볼 수 있는 공사 진행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는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허가권자 등 건축 관계자들 각자가 본인의 영역에서 안전 확보를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평가하여 역할 수행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해야 될 것이다.
해당 신축건축물의 건축허가 시점은 12월 15일이었고 착공신고 필증은 12월 22일에 교부됐다고 한다. 비상주 감리자에게 감리소홀의 책임을 묻기에는 애매한 날짜 간격이다. 시간적인 공문서 상의 공사시작 4~5일 후의 신축현장의 공사 진척 상태는 사전 착공이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허가 전 공사에 대한 시공자의 책임은 당연하고 해당 지자체 역시 사전착공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타 언론에서 보도됐다. D포털의 로드뷰를 통해 10월 중 철거가 완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두 달 넘게 지자체가 철거 이후 현장 관리에 소홀했다는 얘기다. 물론 지자체의 철거 이후 현장관리 여부는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민간건축행위에 대한 허가권자다. 상대방에게 권리, 이익을 부여하는 수익적 행정행위로서 중대한 하자가 있더라도 취소될 때까지는 적법하다는 추정을 받아 구속력을 유지시켜 주는 건축허가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에 대한 권한을 허가권자에게 부여한 것은 그만큼 책임이 막중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까지 무수한 민간건축물에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허가권자가 책임을 진적이 없다. 허가권자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다보니, 민간건축 안전대책은 처벌강화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 이제까지의 현실이다. 책임감 있는 허가권자의 역할을 통해 안전사고 없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