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더십을 기대한다
사람 뇌의 디폴트 모드는 리더십 모드가 아니라 팔로우십 모드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리더가 되려는 성향을 가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따라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의 말을 듣고 학습을 하면서 여러 사람 사이에 끼어 있을 때 생존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리더를 찾고 그를 따른다. 본인 스스로가 특별히 주목받거나 타깃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뇌는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서로 '퍼스트 펭귄(물개에게 잡힐 위험을 감수하고 맨 먼저 물에 뛰어드는 펭귄)'이 안 되려는 게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다.
서로 리더가 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리더에게는 주어진 권한과 이에 따른 부산물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경제권과 지휘 통제권 같은 권력을 주면서 리더가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하지만 리더가 위험한 자리인 걸 알면서도 되려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리더가 되려는 사람에게 있어서 언제 그 일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고 책임감을 갖고 리더가 되려고 하느냐 하는 것, 즉 내장된 팔로우십 모드를 벗어나는 동기부여가 중요하고 자기객관화 능력의 보유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사람은 자기 객관화가 힘들다. 대부분의 국내 리더들은 늘 자신이 유리하게 상황을 해석하곤 한다. 자기 객관화는 인간의 최고 덕목이다. 성숙해야 자기 객관화 능력이 생긴다. 보통 사람들이 쉽게 얻지 못하는 정말 고등한 능력이다.
리더가 동참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다. 어떤 일을 추진하든 결국은 감당해야 할 힘든 대목들이 있는데, 그 일이 자기 입으로 자기 머릿 속에서 나오면 덜 힘들다. 그래서 이것은 해야 할 일이다. 이렇게 각자 스스로 결론을 얻을 때까지 기다린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기가 충만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리더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고 리더십을 보인다고 하면 세상은 더욱 역동적으로 순환할 것이다.
각 분야에 리더들이 많지만 건축사라는 직능은 그 자체가 리더다. 건축물에 있어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고 건축사사무소라는 개별 기업의 대표 혹은 소속건축사로서의 구성원들을 이끌고 있다. 대한민국 건축사 904명이 새롭게 배출됐다. 이들이 건축사로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