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 눈으로
- 안태운
2016-01-01 함성호 시인
꿈으로부터 내쳐진다. 감은 눈으로, 일부
러 눈뜨지 않고 걸으면 나와 함께 내쳐진
논이 있고 논으로 걷는 내가 만져진다.
보이지 않는 눈앞에서 그러나 내가 만진
것들은 다 사라지고 사라진 것들은 내 손
을 멈추게 하고 손은 어둠에 익숙해진다.
걷고 난 후의 일들은 다른 곳에서 벌어
지고 있다. 짚이 타고 있다. 눈 뜨면 꿈과
함께 내쳐졌다.
* 「감은 눈으로」 안태운 /
<문학과 사회> 2015년 겨울호
집은 삶의 공간이고, 삶에는 눈뜨고 사는 삶이 있고 눈감고 사는 삶이 있다. 잠을 잘 때, 우리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우리는 낮 동안의 일들을 되짚어 보거나, 전혀 알지 못하는 공간에서 당황하기도 한다. 그러다 꿈을 깨면 꿈속의 나는 꿈과 함께 내쳐진다. 꿈꾸는 나와 꿈속의 나를 혼동한 건 장자의 경험이다. 꿈속에서 내쳐졌을 때도 우리는 눈을 뜨며 거기가 집이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아 꿈이었구나 하며. 집은 우리가 경험한 사실이 여기에서의 일이 아니라 저기 꿈속에서의 일이란 걸 알려준다. 꿈과 함께 내쳐졌을 때 돌아오는 곳, 그것이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