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추억

2012-06-16     조정만(趙正滿) 건축사

다락방에 대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다양하다. 어릴 때 다락방에서 체험했던 여러 가지 일이 있으므로 추억을 반추하면 그 재미가 쏠쏠하다.
건축법에서 정의하는 다락은 지붕과 천장사이 공간을 조성하여 물건을 저장, 보관하는 공간이며,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으로서의 개념이 아니기에 그 다락의 높이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사진 지붕 형태 아래에 천정이 있을 경우에는 평균 높이가 1.8m 이하여야 하고 지붕 형태가 평 슬라브일 경우 1.5m이하에 있을 경우에만 다락으로 인정된다. 기껏해야 1.5m 높이기에 성인은 머리를 숙여가며 그곳을 드나들어야 한다.

 

꿈을 계발해주고 발전시켜 주는 공간으로서 다락방
소년, 소녀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해 주는 공간으로서 선물하고 싶어

 

그렇게 다락은 공간개념과 높이규정에서 그 의미가 일반 방과는 확연히 구분되어지기에 공간에서 느끼는 맛 또한 다를 수 밖에 없다. 다락은 수납공간으로써 그 기능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그 곳을 한 격실의 개념으로 방(房)이라는 이름을 붙여‘다락방’이라고 흔히들 부르고 있고, 그 어감이 정겹기에 나도‘다락방’이라 부르고 싶다.
다락방은 대부분 부엌 상부 천정 속에 위치하고 있다. 그 위치는 부엌이 가지는 특성상 천정고가 다른 방 보다 높게끔 설계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우리 집 다락방은 안방에서 사다리 식내부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만 했다. 그곳은 재미있고 맛있는 물건들이 상당히 많이 보관된 곳이었으므로 정말 자주 오르락내리락 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군침이 돌고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어오른다. 그 공간은 부엌 조리 시간 외 에도 건조한 상황은 지속되었고 특별히 난방을 하지 않아도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공간이었다. 어머니는 사계절 보관이 용이한 음식들을 거기에 많이 저장하고 보관하였다. 그곳은 설날이나 추석 전 차례 음식을 준비하기 위하여 장을 보고 오신 어머니의 저장고였으며, 명절 후 남은 음식을 보관하는 보관소였다. 그리고 평상시에는 라면, 멸치, 과일, 음식료, 특히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다는 곶감 등이 보관되었기에 나는 그 곳을 수없이 오르락내리락 하였다.
그래서 어른들은 혼자 있을 때 아이들이 그곳을 자주 드나들면 저장, 보관한 음식이 당연히 축나므로 이런 말을 만들어 냈던 것 같다.

‘다락방에는 도깨비가 산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 아이들은 그말이 무서워 선뜻 오르지 못한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조금 크다 보면, 다시 말해, 산타 할아버지가 성탄절 선물을 머리맡에 놓고 간다는 것에 대해, 그 선물을 놓고 가신 분이 산타가 아니고 자기 부모님이라는 것을 알 때 쯤이면, 도깨비에 대한 무섬증은 봄 날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래서 다락방은 소년시절 훌륭한 놀이터가 되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만화나 몰래 보는 책들을 그 곳에서 읽게 되고, 낮잠을 자기도 하면서 자라게 된다. 다락방은 이렇듯 아이들의 꿈의 저장소이자 세상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중요한 장소로도 자리매김 하게 된다.
나는 그곳에서 먹었던 맛있는 것중 하나를 고르라면‘생라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빨간 봉지에 담아있던 고불고불한 라면(갥麵), 국수를 마치 젓가락에 감아 삶고 햇볕에 말려 놓은 것 같은 라면에 나는 어릴적 얼마나 열광했던가. 어머니는 장에서 라면을 한 박스(box) 사다 놓으시고 필요시 맛있게 끓여 주셨다. 라면요리는 계란의 독특한 향취와 더불어 아주 훌륭한 한 끼를 제공했다. 어릴 적 나는 다락방에 몰래 올라가 ‘끓여 먹어서 맛있는 라면을 생으로 그냥 먹으면 또 어떤 맛일까’하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봉지를 과감히 해체하고 라면을 우적우적 부셔서 먹었다. 누가 몰래 먹으면 더 맛있다했던가. 입안에 라면을 넣고 어금니로 부셔 먹으면 나는 그 소리…‘와사삭’하며 라면은 부셔지고, 입안에는 적당히 군침이 돌고 그리고 저작(咀嚼)하면 코끝으로 풍겨 나오는 생 라면의 독특한 고소함.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에도 다락방에서 먹었던 그 생라면이 먹고 싶다. 생라면을 맛있게 부셔먹으며 다락방에서 보았던, 수없이 보았던, 만화책들과 무협지 그리고 ‘꼭 필요한 지식’을 망라한 월간지나 주간지 등… 그 공간에서 보았던 많은 책들에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곳 다락방은 나의 어린 시절 꿈의 공장이요, 미래 설계의 발전소였다.
그래서 다락방은 소중하다. 어린시절이지만 은밀함도 때로는 필요하고 나름대로 프라이버시도 필요한 시기, 그 시기에 갈증을 해소해주었던 다락방. 그래서 필자는 집 설계를 할 때에 늘 다락방을 설계한다. 꿈을 계발해주고 발전시켜 주는 공간으로서 다락방, 자라나는 소년, 소녀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해 주는 공간으로서의 다락방을 선물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