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의에 반한 통합정관 부결
2월 25일 대한건축사협회는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작년 11월 3일 임시총회에서 부결된 통합정관을 수정하여 재상정하였으나, 또다시 과반수만 넘긴 채 개정 정족수인 3분의 2를 넘지 못하여 부결되고 말았다.
금번 통합정관의 재상정을 두고 부결된 지 4개월이 채 안 되는 점을 들어 빠르다는 말들이 일부에서 제기되었고, 반대회원들은 5월 중 임시총회를 열어 상정하라는 의견을 냈으나 이를 금번에 상정한데는 상당한 사유가 있었다.
첫째, 짧은 시간 안에 11월 임시총회 시 문제점으로 제기된 사항들을 두 단체와 계속된 회의를 통하여 모두 해결한 점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점의 해결이지 기간이 아니란 점이었다. 반대회원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은 것은 양 부처 등록과 비 건축사의 유입인데, 전자는 문화진흥법이 구속법이 아닌 말 그대로 진흥법인 만큼 국비로 건축문화사업을 하게 되는 득이 있을 뿐 실이 없고, 비 건축사 회원도 통합 1년이 지나 완벽한 통합이 이뤄지고 나면 불과 300여명만이 존속될 것으로 추산되어 1만여명이 되는 건축사회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둘째, 회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3,000명 이상이 참여하여 3/4을 넘는 76.5%가 찬성하는, 절대적 우위에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11월 임총의 찬성186 : 반대133보다는 나아졌지만 역시 17표가 모자라 2/3를 넘지 못하는 189:118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이러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첫째, 소위 ‘전바사’라 하는 극렬히 반대하는 회원들의 일부 왜곡된 선전선동에 기인된바 있고 둘째, 변화를 싫어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보수적 성향 셋째, 개인적인 이해득실에 기인한 회원들일 것이다.
통합으로 인한 독점적 지위의 확보, 7억원(본협 +서울협회 기준) 이상의 회비수입 증대, 최소 12억 이상의 국비지원 건축문화행사비 확보와 시행으로 인한 이미지 제고, 건축가와 건축사의 해묵은 용어 갈등 해소, 건축사에 의한 예비건축사들의 산실인 건축문화대전 주관 등 유무형의 재산과 향후 대관 관계의 신뢰 등 부결과 함께 날아간 것들이 너무 많다.
한국건축가협회는 다음 날 총회를 열어, 상기 통합정관을 내년 3월 1일 발효 이전에 양 단체에서 승인할 경우 유효하다는 조건을 달아 통과시켰다. 이러한 조건부 승인에 따라 바늘구멍만한 희망이 남아있기는 하나, 대한건축사협회 회원의 총의가 반영되지 못한 이런 의식구조라면 누가 다시 시도해도 통합은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현 회장이 스스로 만든 것도 아니고 전임 회장의 유산인데, 누가 더 이상 추진할 것인가? 현 회장도 ‘결과에 승복하고 (다른)협회 일에 매진하겠다’고 대의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민주주의 하에서 이는 당연한 조치지만, 총의에 반한 결과 또한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