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 강

2010-03-01     장양순 건축사

세기의 미녀 클레오파트라와 염문을 날린 희대의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줄리어스 시저)가 지금의 영국과 독일지역을 정복하고 갈리아의 총독으로 있었던 BC49년, 원로원 보수파의 추대를 받은 폼페이우스는 그의 막강한 군사력을 두려워하여 총독 지위를 박탈하고 로마에 단신으로 돌아올 것을 명령한다. 카이사르는 군사를 거느리고 이탈리아의 북동부를 동류(東流)하여 흐르는 루비콘 강 앞에 섰다.

로마법은 군사를 이끌고 루비콘 강 이남, 즉 로마에 입성할 수 없었다. 군사를 이끌고 건너면 국법을 어기는 것이 되고, 단신으로 가면 죽음을 당할 것이 너무나 자명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소수의 기병과 6,000명의 보병을 데리고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그리스 작가 메난드로스의 말을 외치며 루비콘강을 건넜다. 배가 넘는 폼페이우스군을 격파하고 이집트를 정벌하는 등 강력한 로마제국을 건설한 카이사르는 “부르투스 너 마저도”란 말을 남기면서 양아들에 의해 살해됨으로서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이에 비하여 이성계는 대국을 상대로 한 국력의 차이와 여름철이란 계절적 요인 등 4불가론을 주장하면서 요동정벌을 반대했으나 최영 등 조정의 대세에 밀려, 정벌군 총수로서 어쩔 수 없이 압록강 하류의 위화도까지 진군하였다. 그러나 승산이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진퇴유곡의 상황에서 회군하여 권력을 장악, 500년 역사의 조선을 개국하였다. 이렇듯 결과는 상반되나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뜻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목숨을 거는 결단을 함으로서 영광의 순간을 맞았다는 것이다.

세상사는 개인이나 단체, 국가를 막론하고 결단의 순간과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이때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일생이나 국가의 흥망성세가 달라진다. 우리의 정치사는 87년 이후 ‘뭉치면 승리하고 분열하면 패한다’는 전통을 만들어왔다. YS가 3당 합당으로, DJ가 DJP연합으로, 노무현이 정몽준과 연합으로, MB는 박근혜의 협조로 당선되었고, 노태우는 이인제와 이회창의 결별로, 노태우는 YS와 DJ의 분열로 집권하였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들의 재임 시 항상 여당이 지배하는 국회를 만들어 주었다. 굴곡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모든 선택이 오늘의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만들게 하였다.

며칠 전 대한건축사협회 총회는 집행부의 노력으로 개선된 건축3단체 통합정관안을 또 다시 부결시켰다. 흔히들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길’을 말할 때,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루비콘강을 건넜다’라고 말한다. 통합이야말로 카이사르나 이성계 같은 영광을 맛볼 수도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셈이다. 이제 누가 어느 때 또 다시 통합에 대하여 말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