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井1
2015-11-01 유형진 시인
하늘이 닿을 듯한 어떤 옥상에서
식사를 하려는데 머리 위 구름이 좀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구름이 아니라
쓰레기였다.
한 무리의 쓰레기가 머리 위로 지나갔다.
악취를 풍기며, 순간 오싹해졌지만
좀 더 용기를 내어 쓰레기 구름을
관찰했다.
쓰레기 사이사이 인도식 커리포트와
깨져 있지만 무척 아름다운 접시가
발견되었다.
팔을 뻗어 커리포트를 잡았다.
접시는 흘러가고 있었지만, 난간 끝에
심어둔 나뭇가지 사이에 걸렸다.
깨졌지만 아름다운 접시에 망고 푸딩을
담고, 커리포트에 홍차를 따라 마셨다.
유형진 시집 『우유는 슬픔 기쁨은 조각보』
중에서. <문예중앙> 2015년 ― 어느 건축사
가 공중에 뜬 건물을 제안했다. 사람들은 어
떤 방법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물었다.
건축사는 대답했다. “구름에 걸지요.” 그 구
름이 쓰레기라면, 이 시는 쓰레기 같은 문명
과 쓰레기 속에서도 꿈꾸는 ‘희망하는 인간’
을 그리고 있다. <함성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