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R&D 과제의 실패
국토교통부 소관 연구개발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구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이하 국진원)의 R&D 투자 대비 성과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 의원이 국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국토진흥원의 R&D 지출 대비 기술료 수입 비율은 1.93%에 불과하다. 총 2조697억원을 투자하여 400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얻은 것인데 투자 대비 성과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 같은 R&D의 저조한 성적표의 배경 중 하나가 R&D 관리와 평가다. 즉 적절한 연구 과제의 선정과 투명한 진행 과정의 관리, 현실성 있는 타당한 결론의 도출을 통해 시장 성장의 기초를 만들어주는 것이 해당 분야 R&D인데 이 삼박자가 어긋나 버리면 R&D 성과물은 신뢰할 수 없는 실패작으로 창고 속에 쳐 박히는 운명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국진원의 도시건축연구사업 보고서로 2015년 5월 발간된 '소규모 건축물 구조안전백서'는 실패작이다. '지진 및 기후변화 대응 소규모 기존 건축물 구조안전성 향상기술 개발' 과제의 일환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소규모 건축물의 구조안전성 및 내진 성능을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소규모 건축물의 구조안전성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작성됐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연구결과의 앞뒤가 맞지 않고 명확한 근거 없이 심증만으로 선입견과 편견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는 등 논리적 비약이 심해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잃어버렸다. 소규모 건축물 구조안전 확보에 대한 구체적 대안 없이 타당하지 못한 근거를 바탕으로 건축구조기술사의 업역 확대를 수반하고 소규모건축물 범위 축소 및 구조전문가 검토 제도화 등 기존 건축구조계의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시간만 낭비했다. 더불어 국진원이 주관하는 국가 R&D의 신뢰성마저 저해하고 있다.
R&D 부문은 가시적인 성과가 금방 나타나기 어려운 분야다. 또한 투자대비 효과만을 따지는 시장논리로만 접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공공기관 R&D 사업은 국민의 혈세를 들여 실시하는 연구다. 철저한 수요와 시장 예측을 통하여 실생활에 필요한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연구 과정에서 낭비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결과에 대한 타당성을 평가하여 연구진에 대한 신뢰성과 과제의 지속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