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 최종날인 설계•감리대상에 건축물•공작물 제외해야”
대한건축사협회 ‘기술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제출
대한건축사협회는 지난 6월 10일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술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본지 제208호 2면 참조>에 대한 의견을 서상기 국회의원과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위원회 등에 제출했다.
발의된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공공기관 또는 대기업에서 발주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류 및 규모의 설계 및 감리에 대해 기술사가 참여해 최종 서명날인토록 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기술사는 기술자격으로 전문자격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며, 전문자격과 같은 고유업무로 설정하는 것은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에 대해 협회는 국가기술 발전 및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를 유도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전문자격사인 건축사가 수행하는 고유업무까지 기술자격자에게 최종 서명 날인토록 하는 것은 국가전문자격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발상이며, ‘건축사법’ 및 ‘건축법’의 제정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건축과 관련해 기술사가 참여해야 하는 사항은 ‘건축법’에서 이미 관계기술협력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적용 대상을 기술사법에서 별도로 규정할 경우 적용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사가 참여해 최종 서명날인하는 공공적 성격의 대규모 사업 설계‧감리 중 ‘건축법’ 제2조제1항제2호의 ‘건축물’과 ‘건축법’ 제83조를 준용하는 공작물은 제외토록 요청했다.
‘건축물’과 ‘공작물’에 대한 법률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건축법에서는 ‘건축물’에 대해 “토지에 정착(定着)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딸린 시설물, 지하나 고가(高架)의 공작물에 설치하는 사무소·공연장·점포·차고·창고,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작물’은 건축법 내에 명확한 정의를 하고 있지 않지만, ‘법률용어사전(2011/법문북스)’에는 “일반적으로는 인공적 작업에 의하여 만들어진 물건을 말하지만 법률적으로는「토지에 접착되어 설치된 공작물」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즉, 건물 · 담 · 동상 · 다리와 같은 지상물 외에 제방(堤防) · 터널 · 개천 따위도 이에 포함된다” 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무선방위 측정장치 보호구역 관리지침’에는 공작물에 대해 “땅 위나 땅 속에 인공적으로 제작한 물건으로 건물, 터널, 댐, 전주(電柱), 정원, 못, 우물 등을 말한다”고 정의했으며,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 관리 훈령’에는 “지상이나 지하에 인공을 가하여 제작한 시설물 및 콘크리트 포장물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건축법’ 및 ‘건축사법’ 체계와 맞지 않는 구조이다. ‘건축법’과 ‘건축사법’에서 건축물의 설계, 감리 등의 업무는 건축사의 책임 하에 기술사 등 관계전문기술자의 협력을 받아 수행하도록 그 역할과 임무가 명확히 규정돼 있다. 따라서 건축사의 책임 하에 수행한 설계․감리에 대해 협력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최종 서명날인토록 하는 것은 법체계에 맞지 않으며, 건축사와의 역할과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건축주)에게 전가된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건축사와 관계전문기술자의 관계에 대해 해외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경우 건축사는 건축주와의 주계약을 통해 총괄해 업무를 수행하며, 협력분야에 대한 업무는 건축사와 협력업체가 계약을 통해 정하고 협력업체는 건축사가 요구하는 형태대로 도면, 보고서 등을 건축사에게 제출하고 있다. 계약주체별로 별도의 계약을 하게 되면 책임이 중복되거나 누락되는 문제때문에 심각한 혼란을 줄 수 있어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프로젝트의 계약관계를 분리해 책임주체를 명확히 하고 있다. 또한 독일은 건축사가 업무수행에 있어 해당 프로젝트의 규모에 따라 분야별 기술팀을 결정하고 있으며, 일본의 감리제도는 건축공사에 대한 시공 상의 애로점이나 변경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건축사를 포함한 관계기술자가 참여하며, 설계변경에 대한 최종 승인은 건축사가 하고 건축주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 전문자격사와 특정부문 기술자격은 구분돼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자격사에게는 국가가 법률로서 배타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건축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등과 같은 전문자격은 특정 직종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의 습득 정도를 증명하는 면허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국가가 해당 전문가에게 배타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특히 건축사의 경우 건축학과 졸업과 실무수련을 거쳐야만 자격시험 응시가 가능하고, 자격취득 이후에도 자격등록, 계속교육, 등록갱신, 사무소개설 등의 요건을 국가가 법률로 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반면 기술사 등의 ‘기술자격’은 산업과 관련이 있는 기술·기능 및 서비스 분야에 있어 개인의 재능, 전문성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독립적 업무 수행에는 한계(전문자격자의 윤리 등)가 있으며, 한번 자격을 취득하면 자격유지를 위한 규제가 없어 전문자격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협회 관계자는 “기술사는 84개에 달하는 분야에 자격이 있기 때문에 개별법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며, 개정안의 규정을 적용했을 경우 기술사간 업무에 혼선이 생기고 책임소재가 불명확해 질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