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의 첫걸음
이른바 사적 자치의 원칙이란 자신의 일을 자신의 의사로 결정하고 행하는 자유뿐만 아니라 원치 않으면 하지 않을 자유로서 우리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하나이다. 이런 사적 자치의 원칙은 법률행위의 영역에서는 계약자유의 원칙으로 나타나는데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의 체결에서부터 종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자신의 자유의사에 따라 계약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서 계약의 내용, 이행의 상대방 및 방법의 변경뿐만 아니라 계약 자체의 이전이나 폐기도 당사자 자신의 의사로 결정하는 자유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계약의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고, 다만 그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사적 자치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기본권 제한입법의 원칙을 지킨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미 주택법 관련 감리자 선정 및 감리대가 기준 고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나와 있다. 건축주가 임의로 계약을 체결한 감리자에게 감리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는 감리자가 사업주체로부터 독립하여 실질적으로 감리를 행하기 어렵고, 이는 부실공사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며, 부실공사는 건축물 붕괴사고, 하자분쟁, 유지보수비의 급증, 건축물 수명단축에 의한 재건축 등 그 후유증이 심각하기 때문에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대상인 주택의 경우에는 사업주체가 아닌 중립적인 국가기관이 감리자를 지정하고 상당한 감리비의 액수까지 정하도록 한 것으로 해당 법률조항은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적절한 방법이며, 침해최소성원칙에 반하지 않고, 법익균형성의 요건을 갖추었으므로 기본권 제한의 입법원칙을 벗어나 사업주체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판단은 정상적인 감리업무의 수행을 위해 국가기관이 감리대가 기준을 고시하는 것은 카르텔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공공재다. 그리고 안전 확보에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 규모나 용도에 따라 감리대가 기준 적용 여부를 판단하면 안 된다. 시공의 기본이 되는 설계도 마찬가지다. 적정 대가를 수반되어야 설계가 제대로 될 수 있다. 공공과 민간의 구분 없이 국가기관이 설계와 감리업무에 대한 적정 대가 기준을 고시하는 것이 공정거래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