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관행 개선의 병행이 필요하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20여년이 지났지만 건설 관련 크고 작은 사고들이 근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6월 29일 김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건축물 건축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 설계·시공 등으로 인하여 건축물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이러한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하여 설계자, 공사시공자 및 공사감리자 등 건축관계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착공 전 면밀한 안전 검토 체계 구축 및 감리 강화 등을 보완하여,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취지와 원론에는 업계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지만 세부항목에 대한 반응은 업계마다 다르다.
사고에 대한 업무정지 기간에 대해 건설업계는 "초법적 과잉입법"이라는 반응이고 건축설계업계 역시 반응 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책임이 부과되는 주체에 대한 타당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개정 법률안에 담겨 있는 건축 관계자의 안전 책임 강화는 건축설계업계의 관행의 개선 없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간 건축설계업계는 '발주처의 책임 떠넘기기', '짧은 설계기간 및 잦은 설계 변경', '낮은 설계대가' 등 불공정한 관행으로 인한 낙후된 구조가 고착되어 왔다. 이러한 구조 속에 책임강화만이 이루어지면 안전 확보를 위한 과다설계와 신기술·신공법의 도입을 기피하는 등의 전혀 다른 방향의 부작용이 불거진다. 삼풍백화점 붕괴로 인해 '무량판 구조', 경주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로 'PEB 구조'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악화된 것이 그 예다. 이 두 구조형식은 사용 당시 비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신기술로 인정받은 기술임에도 적합한 시공이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사고 한 번에 시장에서 거의 퇴출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지금까지도 그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어찌 보면 시장경제 사회에서 당연한 수순이다. 해당 부분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고 까다로워지면 이는 비용 증가로 연결된다. 비슷한 성능에 비용을 추가 부담할 이유가 없고 성능향상 효과 크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리스크가 일반적이지 않다면 이를 감수하는데 회사와 개인의 명운을 걸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