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을 노래하자
어제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오늘은 제법 굵은 빗줄기가 되어 힘차게 내린다. 묵은 겨울 속에서 오랜 시간 잠자던 대지를 두들겨 깨우기라도 할 모양이다. 언제부턴가 겨울나기가 힘겨워 겨울 내내 봄을 기다리는 일이 습관이 된지 오래다. 아직 살아야 할 날이 많은데도 겨울만 되면 한 겨울을 어찌 건너뛸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IMF이후 건축사 업역 전반에 걸쳐 드리워진 경기침체의 긴 그늘 속에서 혹독한 시련의 칼바람을 맞으며 그 높던 자존감을 팽개치고 대한민국에서 건축사로 살아남기가 힘들어진 이후로 겨울이 더 싫어진 까닭이다. 곁눈한번 팔지 않고 젊은 날의 열정과 애정을 몽땅 쏟아 부으며 그렇게도 자랑스럽게 왔던 길인데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까지 나락으로 내몰렸을까? 세상에서 존경받는 전문가로 가정에서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우리의 일터에서 성공한 직업인으로 살고 싶은 꿈은 더 이상 우리의 꿈이 될 수 없는 것일까? 희망을 건져 올릴 길이 없어 동료들이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는 가슴 아픈 현실을 보면서도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고요한 강을 건넌 뗏목으로 거칠고 황량한 바다를 건널 생각을 고집하는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해야할까? 아직도 더 이상 잃어버리고 빼앗길 것이 있기라도 해서 지키기에 급급해하며 문단속을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얼마나 더 이렇게 힘든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야 우리의 겨울은 끝이 보일까? 아니 이렇게 아픈 현실을 딛고 가는 길 끝에 희망이라는 이름의 깃발이 걸려 있기라도 한 걸까? 밤이 깊으면 새벽의 동이 터올 시간이 가까워진다는데 아직 우리에게 아침을 맞을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일까?
사람은 생각하고 꿈꿀 수 있는 만큼 살 수 있고 볼 수 있는 만큼 갈 수 있다는데 우리 건축사는 왜 더 높은 세상을 꿈꾸지 못했을까? 그렇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더 높은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그려 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지금 우리의 문제는 실패가 아니다. 작금의 폭풍우가 몰아치는 위기의 경제상황도 아니다. 진정한 우리의 위기와 두려움은 우리가 두 손을 놓은 채, 위기의 상황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기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포기와 용기 없음 일 것이다. Chance는 우리가 어떤 어려움 속에 있을지라도 그 어려움을 이길 용기 있는 선택을 할 때만이 risk가 chance로 변하여 우리들에게 다가 올 것이다. 거친 파도가 훌륭한 뱃사공을 만들듯이 지금껏 시련과 고난을 잘 참고 견디어 온 우리 건축사가 아닌가? 그렇기에 결코 꿈과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던 우리의 무지를 돌아보며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대가 요구하는 엄청난 자기혁신과 변화를 이루어 내야 할 시점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의 거대한 패러다임을 주도해 가지 못하면 지금까지 잃은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어낸 히딩크는 “노골이 두려워 슈팅하지 않는 자를 책망하였다”고 회고하였다. “새는 알에서 깨어나는 아픔을 감내하지 않고는 하늘을 나는 새”로 태어날 수 없다. 그렇다. 우리 앞에 아무리 거센 폭풍우와 눈보라가 몰아쳐도 새로운 미래를 품기 위해 우리의 도전은 계속 되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건축사여!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2010년 2월 25일 건축사를 위한 비전을 세우고 희망의 깃발을 높이 드는 새 역사의 장을 만들자. 우리의 단합된 힘을 만 천하에 선포하는 축제의 장이 되게 하자. 깨어지고 금이 간 그릇으로 어찌 새물을 담을 수 있겠는가? 그동안 본 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단체통합, 건축사 공제사업, 건축사 업역에 관한 현안문제 해결, 건축사법의 개정, 친 환경 건축인증제도, 건축사 등록원 설립 등 산적한 우리의 현안들이 우리의 요구대로 이루어지도록 우리 모두 목소리를 합하여 모두가 승리자가 되는 용기 있는 선택으로 희망과 긍정의 바이러스를 만들자.
머지않은 날, 봄의 요정들은 새봄의 창을 열어 생명의 부활을 노래할 것이다. 숲속의 나무들은 겨울아픔을 딛고 봄을 준비하는 공사로 분주해 질 것이다. 시간을 다투며 땅속 깊은 곳에서 물을 뿜어 올려 겨우내 말라있던 가지 끝으로 부지런히 수분을 공급하여 연약한 가지 끝에 매달 새싹과 빛깔고운 꽃과 향기의 축제를 준비할 것이다. 나무들이 겨울아픔 속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듯이 우리들도 지난 아픔 속에서 새봄의 희망 노래를 건져 올리자. 지난날의 힘들고 어려웠던 상처와 아픔들을 뜨거운 심장으로 서로 껴안아 주는 그런 축제의 새날이 오게 하자. 2010년 2월 25일 그날 대한민국건축사 모두에게 기회와 축복의 문이 열리는 날로 영원히 기억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