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지자체장
한국은 1948년 정부 수립 다음 해에 지방자치법을 제정한 후 1952년 시읍면의회 및 시도의회선거를 실시하였고, 시읍면장 선거도 1956년도에 실시하였다. 먹고 살기 조차 어려웠던 한국전쟁의 와중에도 이렇게 풀뿌리 민주주의는 시작되었으나 5·16과 함께 30년간 지방자치제도는 사장되었다.
지방자치제는 1991년 들어 구시군의회의원만 뽑는 반쪽으로 부활되었으나, 지자체장까지 선출한 것은 1995년 6.27 선거였다. 이후 15년간 지속된 지방자치제는 긍정보다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노출하였다. 수십명에 달하는 시장 군수가 각종 비리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의원들은 무보수 봉사의 취지를 묵살하고 자신들의 수당 올리기에 급급하였고, 견학이란 미명하여 관광지나 유람하는 해외여행이 임기를 20여일 남긴 요즈음에도 자행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당이 개입되어 공천헌금과 당파싸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저런 여파로 직할시 급에서는 구단위 지자체가금번을 마지막으로 없어질 모양이다. 그러나 수많은 시행착오와 주민들의 무용론이 있어도 지방자치는 계속 되어야한다.
민주주의(democracy)는 민중(demos)에 의한 지배(kratos)에 연원한다. 근대의 선거제도를 맨 처음 시행한 영국에서, 근대민주정치론을 저술한 James Bryce는 “지방자치란 민주주의의 원천일 뿐 아니라 최상의 학교이며, 민주주의 성공의 보증서라는 명제를 입증해준다”고 하였다. 사전에서 지방자치는 “그 구역안의 공동문제 즉 그 지역에 존재하는 갈등과 행정 정치 등 모든 문제를 어떤 제약없이 자기의사 또는 힘으로 독립적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것”그리고 “주민의 자유의사에 따른 합의에 기초하여 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정치체제”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자체의 장은 수백 수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의 편성권과 집행권, 산하 공무원 및 용원 등의 임면권과 감독권, 규정의제정권 및 조례의 공포권 등 그 지역의 대통령과 같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금번 현역 개업 건축사 세분이 대한민국의 정치 1번지 종로구청장과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은 산업도시 안산시장 그리고 군사도시 원주시장에 당선되었다.
인간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보다 높은 복지를 희망한다. 복지는 전반적인 도시 및 주거 환경과 유관하며 건축사는 이런 쪽에 전문가이니,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이들의 취임을 축하하며 앞으로 시장, 도지사는 물론 건축사 대통령까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