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 위협하는 부적합‧불량자재”
건기연 개발 기술이전 ‘EX패널’…국토부 “사용중단” 요청
정부 산하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시험성적서까지 발급한 내화충전재가 부적합 판정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불량자재가 부실건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속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은 지난 2014년 6월 ‘EX패널(난열발포성 패널)’을 개발했다. 이 패널은 D社에 기술이 이전됐고, 약 50억 원 어치가 판매가 됐다. 그러던 중 올 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에서 EX패널에 대한 재검사 얘기가 나오게 된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국토교통부에 EX패널의 재검사를 요구했는데, 국토부의 검토결과 보고서 결과 EX패널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토부는 3월 15일 전국 지자체와 건축‧건설단체에 급히 공문을 보내고, EX패널 사용중단을 요청했다. 국토부는 공문에서 “건축허가권자는 난연재료 사용대상 건축물의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EX패널이 사용되지 않도록 건축허가 과정에서 철저히 확인할 것”을 지자체에 요청했다. 아울러 대한건축사협회 등 건축‧건설단체에게는 “소속 설계자‧시공자 및 감리자가 EX패널을 사용하는 경우 건축허가를 불가하고, 건축허가를 받았으나 아직 설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교체 사용하여야 함을 건축주에게 통보하도록 하여 건축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국토부는 최근 JTBC, 세계일보 등 EX패널과 관련해 언론의 뭇매를 맞자 보도자료를 통해 “내화충전재의 성능이 부적합 것으로 보도된 해당 업체에 대해 내화성능 충족 여부를 재검증 한 후 내화성능 인증 취소 등을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건기연에서 공인된 방법에 따라 시험을 한 것은 사실이나 시험재료가 해당사의 제품인지는 판명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술이전 후 자재성능 변질될 수도 있어
건기연의 내화시험은 국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국제규격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화시험을 위한 장비는 수평가열로, 기둥가열로, 수직가열로, 다목적 가열로, 차연 시험장비 등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건기연 관계자는 “화재안전 기술개발의 제품성능확인을 위해 국내기준은 물론 ISO, UL 등 국제 기준을 수용 할 수 있는 방·내화시험 장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EX패널 문제 같은 경우, 연구원에서 개발과 시험 당시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기술 이전 후 제작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배제할 수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건기연에서 기술을 이전한 후 업체의 생산과정에서 의도적이든 아니든 자재 성능이 변질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 건축계 관계자의 말이다. 한 관계자는 “실제로 성능시험을 받을 시 제출하는 시재와 판매하는 자재를 다르게 만든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부적합 자재는 감리자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건축법 제52조의3에는 “건축물에 따른 마감재료 중 복합자재를 공급하는 자(공급업자), 공사시공자 및 공사감리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기재한 복합자재품질관리서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권자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출자 중 감리자도 포함이 되어있는 현행법 상 자재에 의한 사고발생 시 책임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링 현장 재방문 없어”
국토부는 현재 추진 중인 모니터링 사업이 공사 현장에서만 점검이 가능하고, 제조업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공장에서 생산되는 내화충전재 등 기성건축자재에 대한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불시점검 대상에 제조공장도 포함하고, 제조업자도 처벌하는 ‘건축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모니터링을 거쳐 간 현장에 대해 재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국토부가 모니터링을 한 뒤 다시 현장을 찾지 않는다면, 이를 이용해 불량자재가 다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내화자재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 모니터링 사업은 담당자가 현장을 방문하고 다른 현장을 방문할 시 모니터링을 거쳐 간 곳에 공백이 생기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니터링 사업기관인 건기연은 자재성능시험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렇게 성능시험과 모니터링사업을 동시에 한 곳에서 실시하는 것은 공정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