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참사, 세월 속에 묻혔나
지난 2월 17일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로 당시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 중이던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 9명과 이벤트업체 직원 1명 총 10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지방검찰청 수사대책본부는 ‘인재’에 의한 사고로 결론짓고, 리조트 임직원과 감리‧구조설계‧시공을 맡은 4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사고 직후 정부는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붕괴사고 후 9개월이 지난 11월 7일 국토부는 재방 방지대책 중 하나인 ‘건축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수개월간 진행한 불시 현장점검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니 샌드위치패널 경우 전국 22개 현장에서 채취한 30개 샘플 중 23개가 부적합판정을 받았으며, 구조도면 경우 57건 중 9개는 중요도면 누락, 22개는 도면 미흡으로 확인됐다.
국토부의 이번 결과를 통해 아직까지 안전에 대한 사회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월 붕괴 참사를 시작으로 4월 세월호 침몰, 5월 고양터미널 화재와 아산 오피스텔 붕괴,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고에 이어 얼마 전 10월 17일에는 판교 테크노벨리 환풍구 참사가 발생했다.
이렇게 곳곳에서 안전사고가 끝임 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안전의식이 세월과 함께 사라지는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개념이 없는 점이 크다고 하겠다. “나만 사고 현장에 없으면 그만이지, 난 괜찮아, 내가 사용하지 않으니까”란 이러한 의식이 너무나도 크다. 선진국이나 가까운 일본만 봐도 ‘안전’에 대처하는 시민의식과 정부의 예방대책은 놀랍기까지 하다. 선진국도 안전사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사고 후 대처방식과 인식전환은 보고 배워야 하겠다. 한 예로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인명사고 시 피해자를 늘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고 날을 기념일로 정하거나, 사고지역에 추모시설 등을 짓는다고 한다. 거창하지도 않게 정부관계자가 아닌, 민간이 나서서 주도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안전의식이 확고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그 어느 해보다 어이없는 사고로 고귀한 생명들이 사라져 갔다. 안전만큼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같은 사고로 인해 사람들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안전한 사회’ 이를 위해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와 철저한 안전의식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결코 요원한 것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