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건축
도시를 살리는 건축 도시를 망치는 건축
2014-06-16 편집부
저자 : 이경훈
출판 : 푸른숲 / 15,000원
이 책에서 언급된 서울의 건축들은 대부분 도시를 무시하거나 오해한 것이다. 자신만 내세울 뿐 도시를 위해 양보하지 않았다. 새롭고 잘 된 건축으로 평가받던 이화여대의 ECC건물은 고딕양식 캠퍼스의 낭만을 지키기 위해 거리에 있어야 할 모든 공간들을 지하세계로 구겨 넣었다고 비판하고(7장 158p), 국가대표급 아파트인 반포 래미안 아파트 단지는 서구에서는 이미 몇 십 년 전에 사장된 철학인 ‘전원도시’에 대한 환상을 21세기 서울에서 구현한 사례로 지목한다(8-1장 178p). 그 결과 거리가 텅 비게 되었다는 것이다. 거리를 흉내 낸 대형 쇼핑몰이 진짜 도시의 거리를 집어삼키는 모습에 대한 묘사(6장 132p), 개선문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듯 펼쳐져 있는 파리 도심 건축과 국보 1호 남대문을 둘러싸고 저마다 미스코리아처럼 포즈를 잡는 건축들을 비교(3장 68p)는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 머리에 그려진다.
이 책은 산중에 있는 사찰 등에서 가져온 전통의 건축의 방식을 도심의 건축물에 접목하려는 전통에 대한 강박이 낳은 폐단도 꼬집는다. 또한 도심을 윤택하게 만들 것으로 각광받는 옥상정원이 사실은 거리와 떨어져 있어 폐쇄적이고 건물 지붕을 망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전혀 도시적이지 않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