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자격에 잠식(?)되고 있는 ‘건축시장’
'특정건축물 양성화' 업무 행정사 수임 논란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시행한 ‘특정건축물 양성화’ 업무가 타 자격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건축계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한건축사협회 홈페이지 회원게시판에는 한 건축사 회원의 글이 올라왔다. ‘누구도 넘볼 수 있는 건축사 업역’이라는 제목의 글 내용은 이렇다. “얼마 전 길에서 특정건축물 양성화에 대한 광고를 보았습니다. 너무 황당해서 구청에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광고현수막을 허가 내주냐고 민원을 제기하였으나 도시디자인과의 답변은 행정사의 합법적인 행위라고 합니다.”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신축인허가도 행정사가 하고 건축사는 도면만 그리면 되는 일이 벌어지겠더군요.”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될 ‘특정건축물 양성화’는 6개월을 더 연장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상태다. 특정건축물 양성화는 건축법령에 적합하지 않게 건축 되거나 대수선된 주거용 건축물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유해기간을 준 것으로, ▲세대당 전용면적 85㎡이하 다세대주택 ▲연면적 165㎡이하 단독주택 ▲연면적 330㎡이하 다가구주택이 해당된다. 양성화 신청방법은 건축주가 신고서류에 건축사가 작성한 설계도서 및 현장조서와 대지권리 증명서류를 첨부해 허가권자에게 제출하면 된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을 비춰볼 때 특정건축물 양성화의 전반적인 업무는 건축사가 수임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행정사들이 이 양성화 업무를 맡겠다고 나선 점이 건축계는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이다. 건축계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행정사에 의한 양성화 업무가 불법적인 행위가 아니란 점이다. 행정사의 업무를 살펴보면,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 ▲권리ㆍ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의 작성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번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따라 작성된 서류의 제출 대행(代行) ▲인가ㆍ허가 및 면허 등을 받기 위하여 행정기관에 하는 신청ㆍ청구 및 신고 등의 대리(代理) ▲행정 관계 법령 및 행정에 대한 상담 또는 자문에 대한 응답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사무의 사실 조사 및 확인으로, 현재 건축물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건축사의 업무와 많은 부분에서 중복되고 있음 알 수 있다. 행정사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 해 300명을 선발하는 첫 시험에 1만 2,842명이 응시했다. 공무원으로 10년 이상 일하거나, 6급 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일하면 시험 없이 행정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해 행정사 자격증을 신청한 공무원은 7만여 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앞으로 행정사들은 해마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일부 행정사들은 건축사가 건축인허가 시 건축주의 위임장을 받아 접수하는 것은 불법이고 자신들의 영역이라며 이를 찾아와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향후 건축계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소식을 접한 서울의 한 건축사는 “특정건축물 양성화로 비롯된 행정사의 건축사 업역 잠식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건축물인허가 업무까지 잠식된다면, 엄청난 혼란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