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이 있는 일류협회’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한해로 기억될 다사다난 했던 기축년이 가고 경인년이 왔다. 사실 간다 온다 하는 것은 우리가 지어낸 생각일 뿐 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실제 무엇이 가고 오는 것이 있을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가고 오는 개념이 아닌 순환 개념으로 봐야 할 것이다.
봄ㆍ여름ㆍ가을ㆍ 겨울의 순환이 이 세상에 존재하듯이 한해 한 해도 순환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이렇게 새해를 맞이하며 빠지지 않는 주제 중 하나가 “올해는 작년보다 모든 세상사가 술술 잘 풀려야 할텐데”하는 바램을 담은 소망이 아닐까 한다.
그렇지만 우리를 감싸고 있는 현실은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이 넘고, 실질적인 실업자 수가 40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갖가지 일자리 창출 정책이 쏟아지지만 일자리 없는 실직자 수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이처럼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화 되고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는 상황에서 또, 한가지 고용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은 고용창출 근간이 되는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생산성 대비 임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런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장기적으로는 크게 취업자 감소와 비경제활동인구 급증이라는 고용 없는 성장을 더욱 심화 시키는 방향으로까지 경제구조가 변화 될 것이다.
우리네 쪽은 어떠할까, 저탄소 녹색성장 산업,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 ‘쌍끌이랠리’의 시작 조짐을 보이고 관련 업계의 판도를 바꾸어 가고 있지만 ‘친환경 건축’이 진작 뭔지도 모르면서 고작 그게 답인양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우리들 스스로를 뒤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
아이폰 출시에 힘입어 새해부터 모바일 열풍이 한창이다.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초만해도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20만명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은 IT산업에서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 열풍의 핵심에는 ‘모바일 비즈니스’가 있다.
기존 유선 중심 인터넷에서 벗어나 어디서든 자유롭게 데이터 통신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IT산업지도가 바뀌고 있다. 유선 중심 통신망에서 유무선 통합으로, 음성통화 중심의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포털에서 모바일 에플리케이션으로의 변화가 그것이다. 기존 “굴뚝산업”에서의 판도변화가 눈깜짝 할 사이에 코앞에 와 있는 것이다. 모바일 서비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시장에서 생존 할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고 도태될 수도 있다. 중국 격언에 “변화의 바람이 불때 어떤 이는 보호벽을 쌓고 어떤 이는 풍차를 돌린다”라는 말이 있다.
변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느냐가 미래 모습을 결정 한다는 말이다. 변화를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반가울 수도 두려울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뉴스를 통해 보듯이 ‘세계경제도 대립의 개념으로는 결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상호 대결이 아니라 경쟁과 협력의 조화로서 생존과 번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협회도 ‘자기 중심적 사고주의’+‘무기력증’이 결합돼 현실적 위기가 초래되었다고 본다. 사막을 초원으로 바꾸는 이집트의 세컴운동, 신재생 에너지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이루는 아일랜드 킨세일, 독일의 지역 화폐킴가우어같은 개척자적인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그 어느때 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요즘 온 세상을 뒤흔드는 ‘세종시 문제’같은 정치 갈등도 단순히 원안과 수정안 사이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파탄에 직면한 국가과제의 결정절차를 어떻게 바로 잡느냐는 국난구출의 응급과제가 되어 버렸다. 수도권의 이익과 지역이익은 분리해 검토되어야 하는지 사안이 지닌 본질적 타당성과 절차적 타당성 여부는 전혀 별개의 사항으로 취급해야 하는지, 과정 중에서 발생한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절대적 효력이 인정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승적 차원에서의 합의 없이 무작정 열기만 더해가는 논의와 격돌과정이 우리의 ‘단체통합’진행 모습과 빼닮은 듯하여 이런 행태를 보고서 느끼는 섭스레한 심정이 건축사들 한둘뿐이겠는가.
꿈과 비전이 없는 조직이나 개인에게 어느날 갑자기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다. 대한건축사협회의 비전은 대외적으로는 최고의 권위와 힘이 있는 협회, 대내적으로는 건축사 모두가 행복한 협회, 즉 ‘꿈과 희망이 있는 일류협회’를 만드는 것이다.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면서 과거에 우리가 옳다고 생각했던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가치들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단체통합을 비롯한 주요한 현안사업도 새로운 시각에서 보아야 해결책이 보인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개인이나 조직이 있지만 성공하는 개인과 조직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실현 가능하면서도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뚜렷한 비젼을 가지고 있는 점이다. 이번 ‘단체통합’은 우리들에게 도전적 요소이면서 기회적 요소이기도 하다. 새로운 원칙과 질서가 태동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아픔이나 혼란을 감수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볼 때 불가피 하다. 우리 공동체의 이익보다 소집단이나 개인의 이익만 내세운다면 진행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통합’이전에 더 우선해야 하는 것은 큰 추진동력이 될 수 있는 ‘우리끼리의 소통’이라고 본다. 지역간·계층간 막힘이 없어야 한다.
‘단체통합’은 계량할 수 없는 또 다른 긍정적 효과가 많다는 것을 회원에게 이해 시켜야 한다. 그것은 우리 미래의 ‘새로운 길’이고 ‘희망’이 되어야 한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약이 없듯이 부작용이 전혀 없는 정책이 있겠는가. 다만, 그 부작용에 비해서 긍정적 효과가 얼마나 크냐가 문제인 것이다. 아울러 우리 협회는 회원에게 항상 열린 마음으로 균형있는 보도와 홍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횟수로 어언3년, 3대째 내림으로 추진하고 있는 ‘단체통합’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도도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나 절차에 있어서는 아직도 부족하고 미미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공감한다.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고 인정받는, 행복한 건축사 단체’를 창출하기 위해 이제 우리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지혜와 흩어진 힘을 ‘우리의 대한건축사협회’로 모아보자.
끝으로 경인년 새해 전국의 건축사와 그 가족 모든 분들께서 복 많이 받으시고, 회원 및 가족, 모두의 가슴 속에 바라는 소망 꼭 이루어지는 복된 한 해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