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산에 오르는가?

2014-04-16     조병섭 건축사

앞으로도 산이 날 버리지 않는 한
계속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산에 오를 것이다.
왜냐하면 산이 그냥 좋으니까…

 

살다 보니 어느새 50 중턱에 앉아 있다.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이것저것 살아온 날만큼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아 온 것은 분명하다.

살아오며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우연한 기회에 산을 찾게 되었고 그것이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버렸다.

1977년 여름 처음으로 지리산에서 3박 4일간 캠핑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나의 산 사랑의 시작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스카우트 활동을 하며 캠핑을 자주 하였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주저 없이 산악부에 입회를 하여 선배들의 정신적, 물리적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산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산에 가기 전날 밤은 설레임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사회에 나와서는 학창시절의 추억이 몸서리쳐지도록 그리워 되돌아갈 수 없는 안타까움에 눈가를 촉촉이 적시기도 했다. 사회에 나와서도 선후배들과의 인연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딸아이보다도 어린 젊은 동아리 후배가 형이라 부르며 따른다. 귀여워 죽겠다.

2001년 여름 형제처럼 지내던 후배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그 허전함에 가슴아파 하던 차에 2005년 서초건축사등산동호회를 시작으로 대한건축사협회, 서울건축사회 등산동호회를 조직하였고 등산활동을 통하여 협회 깊숙이 들어오게 되었다.

산은 빨리 올라가기 위한 경쟁의 수단이 아니고 삶 가운데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심신을 단련하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건축사 등산동호회를 통하여 얻은 것이 있다면 지역의 많은 건축사들과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게 큰 소득이었던 것 같다. 일 년에 두 번씩 열리는 전국 행사는 항상 기다려진다. 각 지역에서 모여든 건축사들과 정담을 나눌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젠 행사 때만 되면 400명 이상의 회원과 가족들이 참여하는 성대한 모임이 되었다.

올해 1월에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지역에 내가 몸 담았던 산악회 OB들과 트레킹을 다녀왔다. 15일 동안의 여정 중에 히말라야 산중에서 8일 동안 오르고 4일에 걸쳐 하산했다.

이번까지 모두 히말라야에 3번을 다녀왔다. 이제는 카투만두의 먼지와 소음, 야릇한 향 내음, 쫄깃한 야크치즈의 맛이 그립다. 학교 다니며 꿈에 그렸던 히말라야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깊이 희열을 느낀다. 회원들은 내가 산에 오랫동안 다녀 고소에 문제가 없을 줄 알지만 의외로 고소에 약한 편이다. 다만 일반인들과 다르다면 이를 담담히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번 트레킹에서도 만 이틀을 굶은 상태에서 5550m 고지의 칼라파타르를 올랐고 3일째 굶은 상태에서 하산을 했다. 꼬박 3일을 굶었었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다. 하지만 이런 고통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이겨낸다는 것이다. 그새 산중에 울려 퍼지던 야크의 방울소리가 그립다.

2016년에는 대한건축사등산동호회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다. 벌써 27명의 회원들이 참가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이번 트레킹 일정 중에 네팔건축사회 회장을 만나 2016년 우리 건축사들과 합동 트레킹을 제안했다. 흔쾌히 수락해 주었고 앞으로 진행 관련 협의는 메일로 주고받기로 했다.

앞으로도 산이 날 버리지 않는 한 계속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산에 오를 것이다.

왜냐하면 산이 그냥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