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젊은 건축사의 성장과 고민

2025-11-25     이강민 건축사·지을 건축사사무소 (경상남도건축사회)
(사진=지을 건축사사무소)

중학교 시절, 필자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일’에 대한 막연한 매력으로 건축을 선택했다. 거대한 구조물이 세워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고, 그렇게 대학 진학까지 이어졌다. 디자인을 하고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공과는 다른 흥미를 느끼며 자연스럽게 5년을 보냈다. 그리고 건축사사무소에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건축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젊은 시절 그리던 건축은 늘 완성된 건물의 모습이었다. 우아한 외관, 햇살이 스며드는 실내, 사람들로 활기찬 공간. 언젠가 내 이름이 적힌 건물이 있을 것을 상상하며 설계를 해왔다. 그러나 처음 실무를 마주하고 환상이 단숨에 깨졌다. 도면의 단순한 선 하나가 얼마나 많은 의미와 책임을 지니는지, 몇 밀리미터의 오차가 실제 공간에서는 얼마나 복잡한 문제를 일으키는지 절감했다. 학생과 실무자의 간극은 생각보다 깊었고,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매일 배우고 실수하며 부딪혔다.

건축사가 되어 마주한 현실은 상상보다 훨씬 복잡했다. 도면, 규정, 일정, 예산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대부분이었고, 이상보다 현실의 논리가 앞설 때가 많았다. 예산이 줄면 디자인이 가장 먼저 수정되고, 안전보다 속도를 우선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배운 ‘인간을 위한 건축’이라는 본질이 흐려지는 건 아닌지 자주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최근 “지금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건축은 결국 도시의 기억이 되고, 그 속에는 건축사의 생각과 시대의 공기가 스며든다. 그러나 완성된 건물 앞에서 나의 흔적을 찾기 어려울 때면, 결과물과 나 사이에 거리감이 생기곤 한다.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의도가 배제되어 타협으로 완성된 건축물은 어딘가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건축은 거대한 구조물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지역의 시간이 담기는 공간이다. 건축사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은 작을지 모르지만, 작은 부분을 다듬는 일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공간이 된다. 

필자는 여전히 건축이 좋다. 설계의도가 실제 공간에서 형태로 드러나는 순간, 또 완공된 건축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만족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것으로 나를 움직일 동력을 얻는다. 건축은 결국 매일의 질문 속에서 내일의 배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건축사를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을 넘어, 사람들의 하루와 기억을 담는 ‘시간을 짓는 사람’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아직은 서툴고 부족하지만, 오늘도 천천히 의미 있는 시간을 쌓아 올리고자 한다. 언젠가 내가 만든 공간이 도시의 한 모퉁이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조용히 지켜주는 존재가 되기를, 그리고 그 속에 나의 고민과 청춘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