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포용성·지속 가능한 노후주거지 정비 방안은?…“지역에 맞는 개발방식 도입해야”

국토연구원, ‘노후주거지 정비방향 국제세미나’ 공공공간 통한 도시의 사회적 회복 이끈 바르셀로나 사례 영국의 시민 주체적 참여 사례 공유 “주거지역 특성 맞는 정비수단, 사업방식 등 차별화 필수”

2025-11-18     조아라 기자
국토연구원이 11월 14일 노후주거지 정비방향 국제세미나를 진행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국토연구원은 1114노후주거지 정비방향 국제 세미나를 포스코타워역삼 이벤트홀에서 진행했다. 이번 세미나는 원도심 노후주거지 정비 사업의 지속 가능한 모델 발굴과 지역 여건에 맞는 유연한 제도설계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스페인 카탈루냐 공과대학 도시계획학과 하비에르 마틸라 아얄라 교수, 영국 디벨로퍼 회사 TOWN의 닐 머피 이사, 국토연구원 박정은 연구위원이 주제 발표를 맡았다. 이어진 토론은 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 박세훈 본부장을 좌장으로 건축공간연구원 서수정 선임연구위원, 숭실대학교 건축학부 유해연 교수, .싸이트플래닝 한영숙 대표이사가 참여했다.  

공공공간을 통한 도시 재생을 주제로 하비에르 마틸라 아얄라 교수는 스페인의 도시 재생 사례를 공유했다. 스페인은 1980년대부터 도시 재생사업을 시작했고, 노후 건축물이 많고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 공원, 광장, 녹지 조성, 보행자 위주의 대중교통 프로그램 개발 등의 공공공간을 개발했다. 또한, 이 공간 주변의 노후 주거지 주택을 순차적으로 개선하고, 호텔과 같은 상업시설을 함께 개발해 낙후된 지역의 이미지까지 개선했다. 이와 더불어 하비에르 교수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슈퍼블록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슈퍼블록 프로그램은 대기오염, 사회·공간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도심 녹지, 광장, 보행자 공간 등을 증가시키고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접근성을 확보한 유의미한 사례다


주민주도형 주택개선을 통한 도시개선을 주제로 한 닐 머피 이사는 주민주도형 주택을 통한 영국의 도시재생 사례를 소개했다. 대도시가 아닌 중소 도시에서 기존 거주민과 신규 유입 거주민의 이해관계를 조화시키는 방향을 모색했다. 닐 머피 이사는 지역 토지 신탁 주택협동조합 공동주택 등의 사례를 공유했다. 지역 토지 신탁은 지역사회의 이익을 위해 토지를 확보·관리하고, 적정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주택협동조합은 거주민들이 공동으로 주택을 소유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과 결정을 함께하는 형태다. 공동주거의 경우 개인 주택과 공유 시설을 결합해, 서로 협력적이고 의도적인 공동생활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닐 머피 이사는 영국의 경우 지방정부의 비전과 헌신, 민간 부문의 전문성과 자금력이 결합되지 않는 프로젝트가 드물다며 민관합동 프로젝트의 진행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국토연구원 박정은 연구위원은 한국 원도심 노후주거지의 현황과 관리방향을 주제로 우리나라의 노후주거지 현황과 노후주거지 정비를 위한 지원사업 추진현황 등을 공유했다. 1972년 정부의 250만 호 주택건설 10개년 계획 발표 이후,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한 개발 사업이 가속화됐다. 여기에 경제 급성장, 도시 인구 집중 심화 등이 더해지면서 기반시설이 부족한 고밀 주거지역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박 연구위원은 새뜰마을사업, 우리동네살리기, 재생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재개발·재건축사업, :빌리지사업 등을 그동안 진행된 노후주거지 정비 지원사업을 소개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 박세훈 본부장을 좌장으로 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건축공간연구원 서수정 선임연구위원, 숭실대학교 건축학부 유해연 교수, 싸이트플래닝 한영숙 대표이사가 참여했다.  

서수정 선임연구위원은 노후주거지가 밀집한 원도심은 주택 소유주의 연령이 높고 자금 여력이 없어 신축 건축행위가 일어나기 쉽지 않다공공 디벨로퍼가 개발을 주도하고, 공공 자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노후주거지 정비 방식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해연 교수는 “20여 년 간 유사한 사업이 용어만 바뀐 채 이어졌지만, 사업의 방향성과 지속성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지역의 사업과 관리방안, 부처 간 연계사업을 가이드 하는 컨설턴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영숙 대표이사는 재개발·재건축을 서울, 수도권의 시각에서 보면 지역은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지역 사회에 맞는 개발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주제발표에 관한 질문이 더해졌다공공공간을 통한 도시의 사회적 회복 사례에 대해, 하비에르 마틸라 아얄라 교수는 바르셀로나는 도시 환경의 질적 향상 자원의 효율적 이용 촉진 사회적 결속과 복지 증진 기능적, 사회적 다양성 증진 권역 통합과 균형 강화 등 다섯 가지 축으로 도시재생계획을 세웠다고 언급했다.  

시민 주체의 참여와 자율적 변화 과정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닐 머피 이사는 노후하거나 쇠퇴한 지역에서는 공공의 개입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신이 있다다만 공동체는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을 이끄는 강력한 동기인 만큼 사람들이 변할 수 있도록 경청하고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노후주거지 관리 방향에 대한 질문에, 박정은 연구위원은 도시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한 정비구역만을 노후 주거지로 지정하는 현재의 방식에서 나아가야 한다노후 저층주거지 전체에 해당하는 관리 방향을 설정한 뒤 주거지역 특성에 맞는 정비수단, 사업방식 등 차별화와 연계가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