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한국과 브리즈번, 건축이 말해주는 도시의 태도
어떤 분야든 견문을 넓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를 보면 단순히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에서도,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도시가 있다. 호주의 브리즈번이 그랬다. 한국과는 기후와 제도, 그리고 삶의 속도가 다르다. 그래서 두 도시의 건축은 전혀 다른 언어로 말한다.
도시는 말이 없지만, 건축은 말한다. 거리의 건축물들은 사회의 질서와 사고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의 도시는 긴장감이 있다. 빠른 경제 성장과 높은 밀도 속에서 건축은 효율의 상징이 되었다.
한정된 대지와 복잡한 규제 속에서 최대의 가치를 끌어내야 하기에, 건축물은 수직적으로 올라가며 직선적이고 단단하다. 유리와 금속으로 마감된 파사드는 깔끔하지만, 그 정돈된 표정 속에는 다소의 경직함이 배어 있다. 유지관리의 효율과 공사 속도를 고려해 표준화된 평면과 재료가 주로 사용된다. 도시의 표정은 단단하지만, 그래서 때때로 획일적이다.
반면, 브리즈번의 건축은 반대편에 있다. 고온다습한 기후 속에서 건축물은 자연과의 공존을 전제로 한다. 특히 고층 건물의 파사드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호주의 고층 건축물들은 각 층의 평면이 곡선을 이루며 상승하고, 입면 전체가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리본처럼 유려한 형태를 띤다. 효율보다는 창의적 형상과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것이다.
또한 고층임에도 거의 모든 층에 발코니가 설치되어 있어, 실내와 외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바람과 햇살이 실내로 스며드는 구조는 단순한 미적 장치가 아니라, 기후에 적응한 생활의 방식이다.
현장의 분위기에서도 문화의 차이가 보인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건축 현장의 기술자들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숙련된 기술보다 공정과 단가가 우선되는 구조 속에서, 건설노동은 육체노동 중심으로 인식되고 사회적으로 중하층의 이미지를 가진다. 반면 브리즈번의 현장은 다르다. 목수, 미장공, 전기기술자 모두가 기술교육과 건설업 라이선스 제도를 통해 중산층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안전과 품질이 작업의 기본 전제가 된다.
결국 건축문화의 차이는 도시가 가진 철학의 차이다. 한국은 효율과 속도를, 브리즈번은 관계와 지속가능성을 중시한다. 하나는 발전의 긴박함 속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고, 다른 하나는 자연의 리듬 속에서 건축을 완성한다.
건축은 사람의 삶을 닮는다. 한국의 도시는 견고한 콘크리트의 표정을, 브리즈번은 곡선의 유연함과 바람의 흐름을 닮았다. 언젠가 한국의 도시에도, 경쟁과 효율의 벽 틈새로 호주의 햇살 같은 여유가 스며들길 바란다. 그때의 건축은 단지 건축물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품은 도시의 풍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