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경제이야기] 리더, 이제 불안을 경영해야 할 때
수렵채집 사회에 비해 농경 사회는 생산성 측면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뤄냈다. 1헥타르 당 수렵채집 시절에는 하루 50~200 kcal 정도로 추산되는데 농경 사회의 생산성은 수천~수만Kcal로 추산된다. 수렵채집사회에서는 잉여 생산물이 거의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농경사회에서는 저장 가능한 식량이 생기면서 ‘잉여’라는 개념도 처음 생겨났다.
농경으로 인해 인류는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풍요로운 환경을 맞이했지만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바로 불안이 커진 것이다. 수렵채집 사회에는 불안이 맹수와 만나는 등 아주 제한된 상황에서만 나타났다. 하지만 농경을 하면서 불안의 수준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 농경은 기본적으로 계획을 동반한다. 계획은 역설적으로 계획대로 일이 되지 않았을 때 닥치는 상황에 대한 불안을 야기했다. 실제 병충해나 기상 이변 등이 생겨 농사를 망치면 공동체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
잉여생산물은 대규모 사회를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잉여생산물을 차지하기 위해 집단의 규모가 급격히 커졌고 지배 계급도 등장했다. 결국 인간은 복잡한 권력 구조와 인간관계로 인한 심각한 불안을 경험해야 했다.
기술 발전은 생산성 향상과 동시에 불안을 폭증시켰다. 현대 사회 수많은 리더들도 기술 발전 속에 더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약적 생산성 증가가 나타났지만 해킹이나 화제로 인해 시스템 전체가 멈추는 식의 대형 사고 위험성은 더 커졌다. 신기술 기반의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는 일도 흔해졌다. 결국 이 시대의 리더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억제(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면서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나 분출(불안 분노 등의 감정을 외부에 드러내기), 회피(술마시기·담배피우기·여행가기 등), 투사(다른 사람이나 사회 구조 탓하기)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4가지 방법은 불안을 일시적으로 잠재울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통제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불안을 더 키울 수도 있다. 특히 소통 부재나 건강상 부담 등 상당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불안을 다스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불안을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억압하거나 무시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마음속에 불안이 생겼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불안이 어떻게 마음속에서 커지다가 점차 사그라드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이렇게 불안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근본적으로 불안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놀랍게도 감정은 저항할수록 더 커진다. 불안이나 부정적 정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주면 오히려 불안의 불씨가 스스로 사그라든다. 부정적 정서와 함께 반드시 찾아오는 몸의 변화(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호흡이 빨라지거나 불안한 느낌 등)를 동시에 관찰하는 것도 매우 좋은 대처 방법이다.
리더의 불안은 팔로어들에게 급속히 전파된다. 불안은 또 분노나 도피, 창의적 사고의 마비 같은 부정적 효과로 연결되기 쉽다. 불안을 인정하고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은 명상 기반 개입, 수용 기반 치료(ACT) 등 여러 임상 및 실험 연구에서 불안·우울 증상 완화, 스트레스 반응 감소, 감정 조절 향상 등의 효과가 확인됐다.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는 시대, 리더의 불안 관리는 조직의 발전과 직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