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답사수첩] 시대의 가객 김광석, 다시 그리길 길

2025-10-14     김진섭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동에 있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명예도로명: 김광석 거리)은 대한민국의 포크 가수 故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테마로 조성된 벽화 거리이다. 김광석 거리는 2010년에 시작된 ‘방천시장 문전성시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되었다. 쇠퇴했던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고 故 김광석을 추억하기 위해 중구청과 11팀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그해 11월부터 벽화 조성을 시작했다. 거리의 명칭인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김광석이 1993년과 1995년에 발표한 음반 ‘다시 부르기’에서 착안하여 지어졌다.

2010년 조성 이후 10년간 753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성장했으며, 한국관광 100선,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거리마당상, 한국관광의 별 등으로 꼽히기도 했다. 매년 가을 방천시장과 동성로 일대에서 ‘김광석 노래 부르기 경연대회’가 개최되어 그를 추억하고 있다.

김광석 길 입구 전경. (사진=김진섭 건축사)

시대의 가객 김광석
김광석(金光石, 1964~1996)은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중음악사에 가장 깊고 진한 흔적을 남긴 싱어송라이터, 즉 ‘가객(歌客)’으로 불린다. 1980년대 민중가요와 포크의 흐름 속에 등장해 통기타와 하모니카의 단출한 구성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와 삶의 고뇌를 노래하며 수많은 이들의 청춘과 위로의 상징이 되었다. 그의 음악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진정성을 핵심 가치로 삼으며, 그의 요절 이후에도 세대를 초월하여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사랑받는 불멸의 유산이 되었다.

김광석은 1980년대 초 대학가 노래 동아리 ‘연합 메아리’와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그리고 그룹 ‘동물원’을 거치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초기 음악은 80년대 사회상을 반영하는 민중가요의 기조를 일부 이어받았지만, 솔로 활동에 들어서며 점차 개인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화려한 기교나 복잡한 편곡보다는 통기타와 하모니카라는 포크 음악의 기본 구성을 고수했다. 이러한 단순함은 오히려 듣는 이가 오롯이 그의 목소리와 가사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김광석의 음악적 특징은 무엇보다 소박하고 짙은 서정성과 깊은 통찰력에 있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노래의 의미를 찾았다. 그의 다소 떨리면서도 우수 어린 음색은 불안한 청춘과 고독한 서른의 감성을 대변하며 공감을 극대화했다. 김광석의 노래들은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삶의 서사를 담고 있다.

김광석 거리 골목길의 풍경. (사진=김진섭 건축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김광석 길은 그의 노래에 대한 벽화와 함께 김광석의 음악과 삶의 흔적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담아내고 방문객들에게 추억과 감성을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했다.

길의 입구에 들어서면 350m의 벽면을 따라 김광석의 모습과 그의 노래 가사들이 다양한 형태의 벽화로 그려져 있다. 길 중앙에는 김광석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통기타를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이등병의 편지 포토존, 할리데이비슨 콘셉트 포토존 등 사진 촬영에 적합한 공간이 많아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높다. 벽화에는 김광석의 얼굴을 극사실로 그린 작품 등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이 담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공동경비구역'을 패러디한 '공동 그리운 구역'과 같은 재치 있는 공간도 조성되어 있다.

길 오른쪽으로는 카페, 음식점, 복고풍 가게, 갤러리 등 다양한 작은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형 기타 조형물이 있는 길의 끝 모퉁이에는 김광석 스토리하우스(전시관)가 자리 잡고 있다. 이 2층 건물에서는 김광석의 생애, 노래, 음반, 생전 삶의 모습과 유품 등을 관람할 수 있으며(유료 관람, 월요일/명절 당일 휴관), 엽서를 느린 우체통에 부치거나 기념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길 뒤편은 방천시장과 연결되어 있어 노포와 카페, 공방 등을 함께 둘러볼 수 있으며, 인근에는 대구의 특색 산업 중 하나인 웨딩 거리도 연결되어 있다.

거리에는 항시 골목 가득 김광석의 음악이 잔잔히 울려 퍼져 운치를 더한다. 거리 곳곳에서 즉흥적인 버스킹을 관람할 수 있으며, 별도로 마련된 공연장에서는 다양한 행사와 공연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달구벌대로 450길. 동덕로 8길·14길의 각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