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서울 자서전’ 展 2026년 1월까지…힐튼서울 탄생·해체·이후 의미, 사회문학적 맥락에 담아

공간과 공동체가 맺은 관계까지 통사적 접근 건축을 ‘사용하고 방문한 사람들’의 목소리 함께 담겨

2025-09-30     조아라 기자
(사진=최용준., 자료 제공: 피크닉 piknic)

한국 현대건축의 대표작 중 하나인 힐튼서울을 조명하는 전시 힐튼서울 자서전925일 개막했다.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피크닉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20261월까지 계속된다.  

힐튼서울은 1983년 완공 이후 40년간 남산 자락을 지켜왔으나, 팬데믹으로 인한 영업 부진과 양동지구 재개발 계획으로 2022년 영업을 종료했다. 이번 전시는 현재 철거 중인 힐튼서울의 탄생부터 해체, 그리고 그 이후의 의미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살펴본다. 더불어 공동체와 긴밀히 연결된 장소의 역사를 돌아보고, 이에 걸맞은 작별의 시간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건축 큐레이팅 콜렉티브 CAC가 공동기획으로 참여했다.  

(사진=정지현, 자료 제공: 피크닉 piknic))

힐튼서울의 마지막 회고록

김종성 선생이 설계한 힐튼서울은 1983년 남산과 서울역을 잇는 양동지구의 중심에 준공됐다. 대우그룹과 힐튼 인터내셔널의 협력이 더해진 프로젝트로, 당시 국제도시로 도약하려던 서울이 필요로 했던 시대적 산물이기도 했다. 1985IMF·세계은행 연차총회,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등 수많은 국제 행사에서 주요 회의와 연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남산을 감싸 안듯 구성된 외관과 시간을 초월하는 견고하고 아름다운 내외장재, 높이 18미터에 이르는 웅장한 아트리움은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심어주는 외국인 관광의 거점이었다.

또한, 호텔의 레스토랑 일폰테(Il Ponte), 오랑제리(Orangerie), 시즌즈(Seasons) 등은 서구적 식문화를 소개하며 중산층 소비문화를 선도했다.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 복합적 의미를 지닌 힐튼서울의 목소리를 대신해, 전시는 40여 년 동안 축적된 기억과 이야기를 회고록처럼 서술한다.  

(사진=임정의, 최용준, 자료 제공: 피크닉 piknic))

사라지는 건축, 이어지는 이야기

전시는 단순히 건축의 형식과 역사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간이 사용되고, 기억되며 공동체와 맺어온 관계까지 다루는 통사적 접근을 취한다. 건축은 지어진 순간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을 거쳐서야 비로소 유의미한 생애를 갖기 때문이다.   

힐튼서울의 철거 과정에서 포착된 풍경과 회수된 자재, 3D 스캔을 비롯한 디지털 기록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작품들이 사라진 현장의 기억을 소환하며 전시의 첫 장이 시작된다. 이어 최초의 설계 도면부터 수 년 간 변경·구체화된 계획, 관계자들 사이의 서신, 사진 기록과 현장 증언 등을 아카이브화해 탄생에서 소멸까지의 전 과정을 다층적으로 기록한다.  

(자료 제공: 피크닉 piknic))

이 과정에서 아키텍트와 시공자라는 전문적 주체뿐 아니라, 호텔을 운영하며 돌본 직원, 오랫동안 공간을 이용한 단골손님 등 건축을 사용하고 방문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함께 담긴다. 이렇듯 힐튼서울 자서전은 단순한 건축 해체의 기록이 아니라, 건축의 물리적 소멸을 넘어 공동체와 문화 속에서 지속되는 기억과 흔적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사라지는 건축을 애도하는 동시에, 그 잔여가 사회적 기억으로 전환되는 방식을 성찰한다.  

(자료 제공: 피크닉 piknic))

특별 강연 및 연계 프로그램

이번 전시는 참여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작품 제작 과정과 전시 소회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역사박물관과의 공동주최로 김종성 선생의 특별강연이 101일 한 차례 진행된다. 자세한 정보 확인 및 예약은 피크닉 누리집(www.piknic.kr)을 통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