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계자의 성명표시,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야
건축물을 소개하는 방송에서 설계한 건축사의 이름이나 사무소명이 빠지고, 사진 제공자만 표기되는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청한 지 벌써 수년째다. 출판 미디어를 통한 건축물 소개에서도 같은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저작권법은 설계자에게 성명을 표기할 권리를 보장하지만, 오랫동안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수많은 뉴스 기사와 잡지에서 건축물을 소개하면서도, ‘가볼 만한 카페 10곳’처럼 여러 건축물을 간단히 다루는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새로 개관한 도서관, 미술관, 카페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행사나 전시 관련 인물은 표기하면서 정작 설계와 설계의도 구현에 힘쓴 건축사의 이름은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우마다 저작권을 주장해 영리를 추구하기보다 성명 표시를 통해 건축사를 존중하는 인식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하며, 이를 위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어떤 경우에 성명 표시가 필요한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미디어 수익 여부와 관계없이 기내지나 열차 잡지에도 적용될 수 있으므로, 지면 크기나 텍스트·사진 분량에 따라 일정 기준을 정해 그 이상일 때는 성명 표기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법적 의무일 뿐 아니라, 건축사의 창작 활동을 사회가 인정하고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식이 충분히 개선될 때까지 다양한 미디어를 모니터링해 개선 여부를 확인하고,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이들이 각자 미디어를 맡아 매월 내용을 종합해 협회 차원에서 대응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질 때 건축사의 이름을 표기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건축물의 사용승인 시 설계자, 감리자인 건축사의 이름을 표기한 준공표지판을 설치해야 하는 것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조사하여 통계를 만들어볼 필요도 있다. 일부 지자체는 법에 정해진 사항이므로 확인을 통해 사용승인을 득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
건축물대장을 통해 설계 및 감리자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전 만들어진 건축물은 정보가 없거나 일반인들은 건축물대장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건축물이 미디어를 통해 소개될 때 건축사의 성명과 회사명을 표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어디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다른 방법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건축물을 소개하는 데 사진의 저작권은 표기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지만, 건축사의 이름은 표기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 수년째 의아하고 답답하다. 변화와 개선을 위해 직접 확인하고 수정을 요청하여, 성명표시가 당연한 것이 될 때까지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