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답사수첩] 하늘이 빚은 절경, 낙동강 제1경 경천대(擎天臺)

경상북도 상주시 사벌국면 삼덕리에 있는 경천대(擎天臺)는 낙동강 1,300리 물길 중에서도 으뜸가는 경치로 손꼽히는 명승지이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낙동강의 유려한 물줄기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출한다. 본래 ‘하늘이 스스로 만들었다.’라는 의미의 자천대(自天臺)라고 불렸으나, 조선시대 학자 채득기 선생이 ‘하늘을 떠받든다.’라는 뜻을 담아 지금의 이름인 경천대(擎天臺)로 명명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지리적 특징과 자연경관
낙동강이 감돌아 흐르는 곳에 위치한 경천대에는 ‘옥주봉’이라는 작은 봉우리가 낙동강을 향해 솟아 있다. 이 봉우리 아래 강변에 솟은 기암절벽이 바로 경천대의 핵심을 이룬다. 바위들은 거대한 자갈이 시멘트처럼 굳어진 역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독특하고 투박한 질감을 자랑한다. 마치 신이 투박한 돌덩이를 대충 쌓아 올린 듯 위태로워 보이지만, 오랜 세월 자연의 풍파를 견뎌내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천대의 풍경은 강 건너편의 드넓은 들판과 어우러져 더욱 웅장한 느낌을 준다. 특히 가을 추수철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이 낙동강의 푸른 물빛과 대비되어 절경을 이룬다. 또한 경천대 주변은 솔숲이 울창하게 형성되어 있어, 산책을 즐기며 맑은 공기를 마시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낙동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경천대라는 이름에는 조선시대 학자 우담 채득기(雩潭 蔡得沂) 선생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본래 자천대(自天臺)라 불리던 이곳은, 선생이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후의 효종)을 모시기 위해 떠나기 전 은거하며 학문을 닦았던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하늘을 떠받들어 명나라에 대한 충절을 다짐하고, 볼모로 잡혀간 왕자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며 ‘대명천지 숭정일월(大明天地 崇禎日月)’이라는 글을 바위에 새겼다. ‘크게 밝은 명나라의 세상, 숭정 연호의 해와 달’이라는 뜻으로, 이는 당시 조선 지식인들의 존명 사상(尊明思想)을 잘 보여준다. 선생은 이후 이 바위 절벽을 경천대(擎天臺)라 부르며 자기 뜻을 드러냈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경천대 아래쪽에는 채득기 선생이 거처하며 학문을 닦고 제자를 가르쳤던 무우정(舞雩亭)이 자리하고 있다. ‘무우’라는 이름은 공자의 ‘무우에서 바람 쐬고, 기우제 지낸 물에서 멱 감고, 시를 읊으며 돌아오겠다.’라는 말에서 따온 것으로, 학문과 풍류를 즐기고자 했던 선생의 지향을 엿볼 수 있다. 소박하지만 고풍스러운 무우정은 경천대와 함께 유교 문화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문화재이다.

임진왜란의 영웅, 정기룡 장군
경천대는 임진왜란의 영웅 정기룡(鄭起龍, 1562~1622) 장군과 관련된 전설로도 유명하다. ‘육지의 이순신’이라 불리는 정기룡 장군은 상주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왜군을 크게 무찌르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경천대 일원에는 장군이 하늘에서 내려온 용마(龍馬)를 얻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며, 그가 용마의 말먹이 통으로 사용했다는 바위도 남아 있다. 이는 단순한 전설을 넘어, 임진왜란 당시 상주 지역의 중요성과 민족의 영웅을 기억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더해둔다.

경천대 국민관광지는 단순히 자연경관만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시설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 옥주봉 정상에 자리한 3층 규모의 전망대는 경천대와 낙동강의 풍경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맑은 날에는 멀리 백두대간의 문경 주흘산까지 바라볼 수 있으며, 특히 해 질 녘 낙동강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은 장관을 이룬다.

2001년 방영된 MBC 드라마 ‘상도(商道)’의 야외 세트장이 경천대 아래쪽에 보존되어 있다. 자그마하게 조성된 이곳의 고풍스러운 초가집들은 조선시대 상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으며, 방문객들에게 드라마의 감동과 함께 과거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상주 경천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깊은 역사를 품고 있으며, 주변의 다양한 관광자원과 연계하여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경천대 주차장 주소 :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 경천로 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