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인천 아시아건축사대회 특별강연] 김재경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목조건축의 힘은 결구미를 보여주는 것”
동아시아 목조건축 결구 재해석, 전통과 현대를 잇는 설계 못을 배제한 구조 실험으로 합리적·경제적 목조건축 제시
제21차 인천 아시아건축사대회가 열린 9월 13일 김재경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디지털 장인 정신: 동아시아 목조건축의 새로운 탄생’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김재경 교수는 “한국 건축교육은 문화적 정체성보다 서양 건축 위주로 교육을 받는 것 같다”며 “한중일 등 동아시아를 답사하면서 구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운을 뗐다.
김재경 교수는 동아시아 목조건축의 결구부인 공포(栱包, 처마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부재)를 새롭게 해석한 디자인 작업을 토대로, 직접 작품으로 연결한 사례를 소개했다. 상주에서 진행한 세 그루집, 진주의 빛의 루:물나루 쉼터, 경주의 한의원 등이다. 김 교수는 못과 같은 금속을 최대한 배제한 채, 목재를 서로 엇갈리게 하는 방식으로 나무를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상주 ‘세 그루집’은 전통 목조건축의 지붕 아래 디테일을 응용한 구조체로, 동아시아 목조건축의 결구법을 적용해 형태적 자유로움을 추구한 작품이다. 전통 방식을 재해석해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의 결합만으로 지붕을 지탱하게 하는 등 재료가 가진 순수한 힘을 담았다. 이 작품으로 김 교수는 2019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대상을 받았다.
전주 ‘빛의 루:물나루 쉼터’는 촉석루(14세기), 국립진주박물관(김수근, 1984), 경남문화예술회관(김중업, 1988) 등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작품이다. 김 교수는 진주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니며, 전통 건축의 재해석을 담았다. 촉석루의 여섯 기둥을 오마주해 전통 건축의 공포와 같은 가구식 구조 결구로 여섯 개의 나무로 재탄생시켰다. 이 작품도 나무를 엇갈리게 맞춰 쌓아올린 ‘다포(多包, 공포를 기둥 상부뿐만 아니라 기둥과 기둥 사이 상부에도 설치한 공포 유형) 양식’이 적용됐다. 이 작품도 캐나다 우드 디자인 앤 빌딩 어워드(Wood Design & Building Award) 최우수상을 비롯해 2022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대상,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누리쉼터상을 수상했다.
끝으로 경주의 한의원으로, 김 교수는 한옥의 주요 부재인 대들보가 없는 현대적 한옥을 설계했다. 진흙을 쓰지 않는 건식공법으로 지붕 무게를 줄였고, 대들보 대신 강철 케이블로 구조를 보강해 전통 한옥보다 30∼40% 가량 목재를 덜 사용했다. 갤러리로 쓰는 공간은 오스트리아산 집성목을 가공해 거대한 아치 기둥을 만들어 고딕 성당의 내부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재경 교수는 “목조건축의 힘은 결구미를 보여주는 데 있다”며 “철물을 최대한 숨기고 목조가 할 수 없는 부분에서만 철물을 방식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한옥을 설계하면서도 독특한 공간미와 구조미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