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축의 날, 각종 행사 그 중심인 건축사

2025-09-10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9월은 건축 관련 행사가 집중되는 시기다. 올해는 아시아건축사협의회(ARCASIA) 제21차 아시아건축사대회가 인천에서 열려 24개국 건축사들이 교류와 성과를 공유한다. 국내외 건축사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번 대회에는 2만여 명이 모일 예정이다.

이어 12∼14일 오프라인, 14∼25일 온라인으로 제17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개최되며, 25일에는 ‘건축, 시대를 담고 기술을 넘어 사람을 품다’를 주제로 제21회 건축의 날 행사가 열린다. 이 밖에도 다양한 건축 관련 행사가 이어지며 가을 전체가 건축의 계절로 채워지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행사는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건축을 경험하고, 항상 건축과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와 의미를 재고하는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집과 학교, 직장과 같은 일상 공간은 물론 도시의 거리, 광장, 공원까지 건축은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건축을 단순히 ‘사용하는 공간’으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사는 건축을 생활의 배경이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다시 바라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건축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형성되고, 또 그 속에서 어떤 정체성과 기억을 쌓아가고 있는지 성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랫동안 건축사들이 이어온 이러한 노력은 점차 대중에게 스며들어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건축 강연이나 전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건축을 주제로 한 책이나 영화,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도 많아졌다. 이는 건축이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즐기고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자산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건축사들의 사회적 위상과 창조적 노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은 충분하지 않다. 건축사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는 눈에 보이는 건물 한 채의 완성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품격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건축사들의 전문성과 창의적 노고를 존중하고, 그 성과가 올바르게 사회에 환원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결국 건축의 날과 같은 행사는 건축사들만의 자리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축제이자 사유의 장이 되어야 한다. 건축을 설계 과정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기술, 그리고 사람을 잇는 총체적 예술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 가을, 연이어 열리는 다양한 건축 행사가 더 많은 이들에게 건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그 중심에 우리 건축사가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