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건축사 동료, 든든함과 위안을 주는 ‘공동운명체’

2025-09-10     이민혜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이오(경상북도건축사회)
이민혜 건축사(사진=건축사사무소 이오)

건축사가 된 지 햇수로 6년이 다 되어간다. 오랜 시간 공부 끝에 자격을 취득했을 때는, 마치 큰 산을 하나 넘은 것처럼 스스로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2020년도에 사무실을 개업하고 1인 사업장으로 시작하면서 매일같이 사무실 청소만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개업 초반에는 일이 없어 힘든 것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불안이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혼자서 책도 보고 자격증 공부도 하고 이것저것 도전해보려 했지만, 마음속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일이 하나 들어왔고, 돈보다는 일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기뻤던 것도 잠시. ‘아… 이거 안 해본 유형의 일인데…’라는 생각이 들자 다시 불안해졌다. 결국 평소 연락도 드리지 않던 같은 지역의 선배 건축사님을 무작정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고작 이런 작은 일도 척척 해내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지방의 경우 어려운 경기 탓인지 1인 사업장으로 운영하는 건축사사무소가 많고, 사무실을 개설하는 젊은 건축사들의 대부분도 1인 사업장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개업 초반 필자와 같은 경험을 하는 건축사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래서 비슷한 처지의 또래 건축사들과 함께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함께 공부도 하고, 정보도 나누고, 소소하게 친목도 도모하는 목적이었다. 모임을 한 지 어느덧 3년이 다 되어 간다.

미리 주제를 정하고 각자 자료를 모아 정해진 날에 모여 함께 식사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사무실에 다시 모여 대화한다. 건축법규, 현장의 애로사항 등 건축에 관련된 주제로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자주 접할 수 없는 현장이 있으면 함께 견학도 한다.

건축구조기술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기도 하고, 서로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일곱 명의 건축사가 각자의 시선으로 지식을 나누고 견문을 넓혀간다.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이어져온 만남이 나에게는 유익한 시간이다.

개업 초 있었던 불안은 이제 많이 옅어졌다. 시간이 지나며 쌓인 경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되었다.

여전히 필자는 1인 사업자이고, 앞으로 노련한 건축사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처럼 혼자서 애쓰기보다는 동료들과 소통하고 응원하며, 함께 멀리 가는 건축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