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새해를 맞아

2014-01-01     편집국장

‘횡거철피(橫渠澈皮)’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장횡거(張橫渠/1020∼1077)는 송나라 때 높은 학식과 명강연으로 이름을 날린 학자이다. 어느 날 저녁 정씨 성을 가진 젊은 형제가 그를 찾아와서 유교경전인 주역을 논했다. 이 후 장횡거는 강의할 때 앉던 호랑이 모피를 거두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내가 지난 날 강의한 것은 도를 혼란하게 한 것이니, 두 정씨가 근래에 왔는데, 도를 밝게 알고 있어 내가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더라. 그대들은 그를 스승으로 삼을 만하다.”그는 이 말을 남기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여기서‘호피(虎皮)’는 학문을 강의하는 스승의 자리를 논하는 상징적 물건이다. 실학자 이덕무(1741∼1793)도 호피를 걷어내는 일에 인색하지들 말라”고 후학들을 가르쳤다. 군자는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정확히 알아서 처신해야 한다. 아무리 귀하고 귀한 자리라도 덕망과 능력이 미치지 못하다면, 그 자리가 아무리 탐나더라도 빨리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지혜가 필요하다. 월왕구천세가의 범려(范?) 또한 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최대공신인 상장군으로 임명되었을 때 토사구팽(兎死拘烹)이라는 말을 남기며 자리를 떠났다.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오만하지 않고 내려올 줄 아는 지혜덕분에 죽임을 당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할 지혜는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 성찰 능력이다. 내 능력이 어디까지 인지, 나보다 나은 사람이 오면 즉시 그것을 알아보고 내려놓을 줄 알고, 힘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내려갈 줄 아는 지혜가 그것이다.
새해를 맞았다.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갑오년 청마띠 해이다.‘프란츠 마르크’라는 독일의 화가는“파랑은 정신적이고 엄격하며 남성적인 원리에 입각하며, 노랑은 부드럽고 유쾌하고 감각적이고 여성적인 원리에 입각한다”며, 파란색이‘가장 정신적인 색채’라 생각하였다. 말의 기상으로 전진하되, 자기 정신의 세계를 돌아보는 자기 성찰은 전진을 위한 기본자세라고 본다. 자기성찰 없이 전진만 한다면, 물러날 때도 알 수가 없다. 자기성찰은 하였으나, 머뭇거리는 사람이 있다. 미련이다. 미련은 곧 욕심일 수 있다. 어떤 선택이든 양손에 모든 걸 가질 수는 없다. 청마년 새해, 첫 달, 앞으로의 계획이전에 잠시 나를 내려놓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말의 기상으로 미련 없이 힘껏 전진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