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안전하고 품질 높은 건축 환경 제공 위해 건축사 대가 정상화 앞당겨야”

미국·프랑스 등 해외는 공정한 설계비 산정 위한 체계 구축…설계변경 등에 대한 보상체계도 마련돼 민간 대가기준 현실화, 제대로 받고 제대로 일하는 풍토 조성 국내 건설업계, 건축품질보다 속도 중시해선 안 돼

2025-08-26     박관희 기자

주요 선진국들의 건축 설계비 현황에 대한 본지의 ‘연속 기획’ 이후 국내 설계비 정상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수 해외 국가들이 건축에 있어 품질 우선주의를 추구하고, 건축사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도 크다는 전언이다.

국내 건축 설계 현장에서는 계약 시 대가기준과 서비스 범위를 확정하고, 작업이 이뤄진 후에도 대가조정의 어려움이 따른다. 이는 건축사의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설계변경 등의 대가기준은 부재하기 때문에 시장의 조건뿐만 아니라 지역과 기타 요건들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례로 건축주와 대가기준을 정하고, 계약서에 이를 밝혔음에도 용도변경이나 추가작업에 대한 비용을 요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해 지방 중소도시의 한 건축사는 “업무 증가에 따른 비용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싶어도 수주나 평판 등을 의식해 설계자가 희생을 감내하거나 강요당하는 것이 다반사이다”라고 토로했다.

프랑스는 프랑스건축사협회에서 설계 표준 계약서를 제공하고 있다. 민간 건축주는 모든 설계공정을 특정 건축사에게 의뢰할 경우 전체 공사비의 10~15%를 설계대가로 지급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건축사 업무 보수 기준’을 갖고 있다. 이는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에 적용되는 설계 대가 산정 체계이다. 

독일의 경우도 ‘건축사 및 엔지니어를 위한 요금 규정’으로 건축설계와 엔지니어링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표준화해 공정하고 투명한 비용 산정을 보장하고 있다. 허가 접수 및 취득, 실시설계 세부품목, 실시설계 최종납품 등이 설계비에 포함되고, ▲측량 ▲구조계산 및 구조도면 ▲에너지 계산서 ▲전기·통신·소방, 조감도 등은 설계계약에 포함되지 않는다. 건축주에 의한 설계 변경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대표 건축사가 도면 검토를 할 경우 시간당 200유로, 작업 건축사가 시간당 120유로를 받게 된다.

서울지역의 한 여성 건축사는 “설계자에게 요구되는 책임과 의무가 커지는 것에 비해 대가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 민간 대가의 현실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대응이 빠르지 않다 보니 일차적으로 협회에서 신규 사무소 개설자들에게 교육을 통해 작업 범위, 계약 조건 변경, 추가 비용 결정 방법 등을 안내한다면 자체적으로 프로젝트에 대한 대응력을 갖추고 피해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내 건축업계는 건축사 보호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가깝게는 설계 변경이나 자재 대체 등의 경우가 그러하다. 잦은 설계변경 등으로 작업량이 늘어날 경우, 적절한 대가가 학보 되지 않는다면 사무소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앞서 중소도시의 한 건축사의 발언처럼 스스로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없는 현실임을 고려하면 건축사의 역량과 의무가 마땅히 설계비에 반영되어야만 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사의 전문성과 역할은 모두 건축 프로젝트의 품질 그리고 안전으로 이어진다. 작업량이 증가할 경우 작업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추가되는데, 따라서 대가가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건축사사무소의 위기로 이어진다점을 분명히 주지해야 한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건축사 업무대가 정상화는 건축의 안전과 건축 서비스 품질 확보 등과도 직결된 중요한 과제”라며 “건축사의 전문성을 보호하고 건축서비스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대가기준, 지급보증에 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