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 포럼] 회변(灰變, greying), 목재의 변색은 무죄!

2025-07-28     이재혁 건축사 · (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서울특별시건축사회)
이재혁 건축사(사진=주.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목재를 외장재로 사용할 경우, ‘반드시 도장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러나 목재는 본래 도장을 하지 않더라도 적절한 보존 환경과 주기적인 유지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장기적인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재이다. 다만 일반 사용자 또는 건축주는 이러한 ‘관리’보다는 ‘관리받는 상태’를 선호하기에, 실무적으로는 도장 마감을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다.

예를 들어, 이전 칼럼에서 다룬 탄화목(Thermally Modified Wood)은 고온 처리 과정을 통해 치수 안정성과 내후성이 향상되어 별도의 표면 처리가 없이도 외장 마감재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목재의 경우, 별도의 목질보호 도료를 통해 자외선, 습기, 곰팡이, 해충 등 외부 요인으로부터 목재를 보호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도장재는 통상적으로 ‘목질보호제(Wood Protector)’ 또는 ‘목재용 방부·방수 도료’ 등으로 불리며, 물리적 보호뿐 아니라 미관상 효과도 지니고 있다. UV 차단기능을 포함한 제품들은 목재의 변색을 방지하고, 다양한 색상과 광택을 부여하여 디자인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자연적으로 회변된 목재 (사진=이재혁 건축사)

현재 외장용 목재 도장 방식 중 가장 일반화된 방식은 오일스테인(Oil Stain) 적용이다. 오일스테인은 침투형 도료로, 목재 표면에 피막을 형성하지 않고 목재 내부로 흡수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목재 고유의 나뭇결과 질감을 유지할 수 있으나, 1~2년 주기의 정기적인 재도장이 요구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우리가 흔히 ‘니스’라 부르는 바니시(Varnish)는 투명한 보호 피막을 형성하여 표면을 코팅하며, 이로 인해 오염 제거 및 일상 유지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 외에도 아크릴계 도료나 우레탄 도장과 같이 불투명 필름형 도장을 통해 보다 강력한 보호 효과를 얻을 수도 있으나, 이 경우 목재 표면의 질감과 나뭇결이 완전히 가려지기 때문에 목재 사용의 주된 미적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실외 환경에 노출된 목재는 설치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자외선(UV)과 수분 노출로 인해 서서히 산화되며 변색된다. 이 자연스러운 색상 변화 과정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회변(灰變, greying)'이라고 부른다. 회변은 목재의 자연 노화 현상이자, 특히 북유럽과 일본에서는 고유의 미감으로 받아들여지는 요소로써, 시간이 지나면서 실버 그레이톤의 균일한 색상으로 변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오히려 고급스러운 외관이 형성되기도 한다.

규화처리된 목재 (사진=이재혁 건축사)

그러나 초기의 밝고 따뜻한 목재 색상이 지저분하게 변화되는 ‘중간 단계(1~2년)’는 많은 건축주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건축사가 이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을 경우 ‘하자’로 오해받는 상황도 발생한다. 따라서 회변에 대한 이해와 기획 초기 단계에서의 설명, 유지보수 계획 수립은 외장용 목재를 활용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무도장 목재는 회변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자연발색된 상태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회변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초기에 적절한 도장 계획을 수립하고, 재도장을 포함한 장기적인 유지관리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재도장에 드는 유지관리 비용 부담이나 도장 시기를 놓쳤을 경우의 대응 한계 등은 여전히 목재 외장재 활용에 있어 구조적인 고민을 낳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에는 도장이 불필요하거나 회변 후 색상이 균일하게 안정되는 ‘무도장 목재’ 또는 규화목, 탄화목 등 사전 처리 목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자연 노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 사전 계획된 재도장 여부 등은 오늘날 목조건축 실무에 있어 매우 본질적인 고민거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