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접 관리할 수 없는 현장사고에 건축사도 책임?

2025-07-10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지난 며칠간 건축사들의 커뮤니티에서 여러 차례 거론된 이슈는 모든 건축사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건설안전특별법상 건설공사 참여주체의 권한과 책임을 제정하는 안에서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설계자와 감리자가 의무를 다 하였는지 판단하여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이에 대해 많은 분들이 적절한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제출해 주셨다. 근래에 들어서 건축사들이 한 가지 목소리를 내게 만든 사건이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제정안의 발의에 대해 어떤 취지로 시작되었는지는 이해되지만, 현실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것이 현장 여건을 외면하고 발의된 법안임을 알 수 있다. 먼저 공사 현장에는 설계자가 예상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있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도 있다. 자재를 적치해 두거나 장비를 설치하는 위치가 달라질 수 있으며, 주변 여건과 민원에 의해 변경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안전을 위한 가설 시설물들이 설치되는 순간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안전시설이 부족한 순간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위험요소를 예측하여 설계도서에 표기하는 것으로 모든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까. 그리고 도서에 표기된 내용보다 현장의 조치들이 훨씬 직접적이고 중요한 것 아닐까. 설계자의 업무가 가중되는 것은 수용할 수도 있겠지만, 건축사들은 관련된 시공 중인 현장이 있다면 언제 어떠한 사고가 발생할지 몰라서 불안에 떨어야 하는가.

설계도서를 설계자가 작성하지만 현장의 여건을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시공용 상세도면은 현장에서 시공자가 작성하며 이를 샵드로잉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물며 시공용 상세도면보다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반영하는 것이 필요한 가설구조물과 안전시설물에 대한 도면작성, 공사기간과 비용산정을 설계자의 업무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러한 제정안의 내용은 업무대가와도 관련이 있다. 일부는 시공사의 업무대가를 줄이고 건축사 업무대가를 늘여야 하는 항목으로 보이며, 일부는 중복된 업무로 보이기도 하여 건축주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감리자가 공사중지명령을 하거나 합당한 지시를 했을 때 건축주 혹은 시공사에게 불합리한 처우를 받을 수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불이익 금지 규정을 정해 조금이나마 감리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정안을 통해 감리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이번 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믿으며, 앞으로도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제정안이 발의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