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지혜 건축사 “건축으로 시민의 삶과 도시를 담아내고, 꾸준히 가꾸고 싶어”
[I AM KIRA] 신입회원에게 듣는다 - 조지혜 건축사, 조이앤포 건축사사무소 내 집 앞을 꾸미고, 이웃과 함께 우리 동네도 가꾸며 더불어 사는 것 협회, 공공적 가치를 기반해 지역과 소통하고 회원과 동반 성장하는 플랫폼
“협회에 입회 후 선후배 건축사들의 활동을 보게 되면서 건축사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건축물을 설계하기 위한 과정은 어렵고도 재미있지만 건축사 개인의 것이 아니기에 사회의 필요와 이용자의 만족을 계속 확인해가야 합니다. 그 안에서 개인의 삶도 성장하길 바라고요.” 조지혜 건축사는 개인의 꿈과 사회의 요구가 잘 균형될 수 있는 고민과 노하우를 공유하길 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도시와 시민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협회가 플랫폼으로 기능해 주길 희망했다. 건축을 향한 꾸준한 삶을 꿈꾸는 조지혜 건축사와의 만남을 독자들에게 공유하고자 한다.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개소에 따른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낯선 도시인 인천에 정착하면서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인천에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게 됐고요. 개소 후 5년 까지는 공모전에 도전하면서 작업했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돼, 협회 가입과 본격적인 업무를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인천에 거주한 지도 9년이 됐는데요. 익숙한 것들에 대해 감사의 마음도 있고, 한편으로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데, 이가 초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동기부여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사실 첫 수주는 임신 7개월 차에 있었는데요. 의욕적으로 도전한 공공건축가 프로그램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에 작성했던 지원서가 계기가 돼 동네 작은 도서관 리모델링 건을 맡게 됐습니다. 순수하게 보면 건축사 인생에서의 첫 번째 실현된 프로젝트인 것이죠. 이후 자신감을 얻어 공모전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꾸준히 도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또 입회 후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행을 통해 다양한 나라와 문화를 경험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연스레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고, 특징지어지며, 유지·변화되는 모습도 관심 있게 살펴봅니다. ‘도시와 시민’에 대해 꾸준히 사고를 확장해 나가다 우연히 서울 마포구 소재 ‘문화비축기지’의 시민활동가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이 건의하고, 제안한 내용들이 정책으로 반영되는 모습을 보면서, ‘도시에서의 시민의 몫’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건축사의 역할도 다르지 않습니다.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행정과 주민 사이를 조율하고 소통하는 복합적인 영역의 업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은 ‘건축으로 시민의 삶과 도시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고, 앞으로의 작업에서도 중요한 가치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입회한 이후 다양한 건축사 동료들의 활동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건축 전문가 집단이 한 도시의 성장과 변화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주고, 역할을 하는지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또 협회를 통해 연결되고, 공유되는 이야기들에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바란다면 앞으로도 공공적 가치에 기반해 지역과 소통하고, 동반성장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것에 노력을 경주해 주면 좋겠습니다.
Q. 실제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건축사의 업무는 방대한 법·제도 속에서 이뤄지는 탓에, 용도와 규모, 위치에 따라 검토해야 할 절차도 달라집니다. 매뉴얼은 존재하지만 현장 상황은 유동적이고, 해석의 여지가 많아 매번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업무대행으로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검사조서는 간단해 보였지만 실제 내용은 방대했고, 단기간 검토를 맡은 특검자의 책임 범위가 모호해 부담은 가중됐었습니다. 경험부족이 1차 원인이기도 했지만, 해당 프로젝트에 특화된 체크리스트나 매뉴얼이 있었다면 훨씬 명확하고 효율적인 검토가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실무자의 부담은 줄고, 건축물의 완성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 있을까요?
’18년 사무소를 개소하고, ’23년 협회에 가입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건축사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도 건축사라는 정체성을 다잡아가고 있는 중이고요. 그렇게 만남의 연을 가진 선배 건축사님들의 활동은 큰 자극이자 배움의 실체가 되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참여와 사회적 기여를 통해 건축사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모습을 보며, 한 명의 건축사로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작지만 진정성 있는 역할을 해나가야겠다는 마음도 가집니다. 인천이라는 도시 역시 협회와 보다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성장하길 바라고요. 함께 고민하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건축사 동료 여러분을 존경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도시와 건축의 미래는 그래서 더욱 따뜻하고 풍요로울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