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합조정자 업무 정의가 분리발주의 완성
전기분야에서 시작된 분리발주가 소방, 정보통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제도의 변화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을 텐데, 공공건축의 경우 발주처와 각 전문분야가 직접 계약하고 대가를 지급받게 되면서 업무의 대가를 늘리고 지급 시점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하나의 용역으로 진행하던 과거에 비하면 발주처는 용역을 각 분야별로 나누어 예산을 책정하고, 발주, 계약하게 되어 업무가 약간 늘었다고 보여진다. 발주처에 각 분야별 담당자가 있는 경우는 각 용역사와 직접 소통하여 업무가 진행될 수 있는 장점도 있겠다.
하지만 각각 분리된 용역의 결과를 가지고 건축물이 완성될 수 있을까. 각각의 설비가 작동하기 위해 평면도 상에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고, 한정된 천장 속 공간에 구조체와 공조, 전기설비, 소방설비 등이 적절히 설치될 수 있을지 확인하는 것은 여전히 건축사가 총괄하여 확인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전체를 종합하여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아내고 세부적인 내용을 조정하는 역할을 ‘종합조정자’라고 부르며, 이를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각 전문 분야와의 계약관계가 과거와 달라짐에 따라 빠르고 긴밀한 협의가 어려운 경우도 종종 발생했는데, 이러한 종합조정자의 업무에 대한 제도화로 인해 보완이 이루어지게 되길 기대한다.
그나마 적절한 대응이 가능한 공공건축의 설계·공사감리와 달리 민간건축의 경우 분리발주에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건축주에게 전기, 소방, 정보통신 분야의 각 업체를 선정하여 계약하라고 해도 결국 건축사에게 ‘일괄로 맡길 테니 알아서 해달라, 원래 그렇게 하는 것 아니냐’라고 요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과거의 방식대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건축주와 각 전문분야의 계약서만 만드는 상황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하여, 과연 잘 준비되고 시행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간혹 공공건축의 설계공모 과정에서 전문분야와 협업하여 제출물을 작성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공공건축과 민간건축에서 건축사는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을 하는 데 비해 각 전문분야는 그러한 노력이 부재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
건축사 업무 중 원래 건축사의 업무가 아닌데 관행처럼 건축사가 하고 있는 업무들도 많다. 착공신고부터 사용승인까지 관계자인 건축사가 업무 주체자를 떠맡게 되어 비용은 받지 못한 채 업무를 감당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으며, 발주처에 의해 설계변경이 이뤄지거나, 공사비나 공사기간이 증가해도 설계·공사감리 용역비는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다양한 업무에 대해 건축사가 정당하게 대가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전문 분야의 업무에 대한 ‘종합조정자’ 역할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