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에너지평가사’ 시험 단상

2013-12-01     서용주 대한건축사협회 이사

건축사가 만든 감성적 공간을
에너지평가사가 기술적 데이터로 평가하는
설계의 제약적 요소이어서는 안 될 것

환경 학자들은 지금보다 6℃ 지구의 온도가 상승한다면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밝히고 있다. 얼마 전 필리핀에서 발생한 태풍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 진단한다.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주었고, 세계의 구호 손길이 필리핀을 향하고 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온실가스의 배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지구의 환경을 위협해 왔다. 현재보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1℃상승한다면 북극의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2℃ 상승한다면 아마존이 사막과 초원으로 변한다고 예상하고 있다. 3℃가 상승한다면 지구온난화는 통제 불능 상태로 6억 명이 기근에 시달리고, 해수면의 상승으로 뉴욕과 런던이 물에 잠길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예방하려면 온실가스의 감축만이 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심각한 수준에 와 있는 지구 환경에 대해 세계는 고민했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들이 국제적으로 결실도 보고 있다. 교토의정서가 그 대표적인 예로써 우리도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서두르고 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녹색건축육성을 천명한 바도 있다. 에너지법으로부터 출발한 녹색 건축물조성 지원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 생활의 일부분에도 변화가 뒤따르리라 예상된다.

12월 1일 제1회 건축물 에너지평가사 시험이 끝났다. 덜 준비된 상황에서 법은 이미 시행되고 있으니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준비하지 않을 수 없기에 많은 건축사들이 이 시험에 응시했다. 과연 이 시험을 어떻게 치루었는지 궁금하다. 이 시험의 최종 목표가 신축 건물 및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형 건물 설계 및 그린 리모델링일텐데 문제의 적정성, 시험시간, 시험 난이도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건축사들에게 적정했는지, 혹여 들러리 선건 아닌지도 따져 볼 일이다. 건축사들에게 에너지 절약 및 녹색건축물 설계에 한층 관심도를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건축설계’란 것이 다양한 상황과 건축사의 감성적인 부분도 중요하며 디자인이란 다양성 속에서 건축설계의 본질을 잃고 에너지 절약이라는 기술적 카테고리에 갇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엽적인 것을 본질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또한 본질적인 것을 지엽적인 것으로 취부 하는 것은 아닌지도 잘 살펴봐야하겠다. ‘자격증’이란 것이 아무에게나 다 주어서도 안 되겠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 문제의 난이도에 의해 시간적 경제적 낭비만 건축사에게 주어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결코 쉽지는 않았다. 왠지 건축사에게 포커스가 맞춰져야 할진데 문제는 그렇지 않았다. 공단이나 에너지 진단사, 또는 설비 전기 전공자에게 맞춰진 느낌이다.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전문가 배출 자격증이 아니라 건축물의 일부분인 설비기술 자격증 제도를 하나 더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최종 목표는 건축물과 관련 있는 것이요, 건축 설계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말이다. 또한 지문이 길고 계산 문제 등이 많으며, 또한 이해도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시간이 너무 짧아 지문을 읽고 판별하는데 대단히 부족한 시간이었다. 좀 더 시험시간을 늘려 충분히 판별할 시간을 배려해야 할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건축물 에너지평가사가 내년에는 배출 될 것이다. 그러나 시험을 준비한 본인도 건축물 에너지평가사의 직무 범위를 잘 모르겠다. 건축사들과의 연계관계도 명쾌하지가 않고, 업역의 한계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접점을 파악해 건축설계의 다양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 자격이 운영되었으면 하고, 건축사들이 이 자격으로 인해 업무의 제약을 받지 않아야겠다. 무엇보다 철저히 준비해 건축사들이 자격을 보유해 본연의 설계 업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설계용역비의 현실화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며 각박한 용역비에 추가 경비 요인이 아니었음 한다.

건축사가 만든 감성적 공간을 에너지 평가사가 기술적 데이터로 평가하는 설계의 제약적 요소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선은 자격을 갖추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