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 포럼] 탄화목 (Thermally Modified Wood)
건축에서 목재는 외장재, 내장재, 그리고 가설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특히 외장재로 사용할 경우, 설계자와 시공자의 세심한 계획과 시공이 필수적이다. 시간이 지나 색상이 변하거나, 목재가 뒤틀리거나 곰팡이가 생긴다면, 건축주로부터 하자로 인한 항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재 선택과 시공 품질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처럼 목재 사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자재 중 하나가 바로 ‘탄화목(Thermally Modified Wood)’이다.
목재는 벌목 직후 높은 수분 함유율(함수율 30~200%)을 가지고 있으며, 건조되는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수축, 변형, 갈라짐 등이 생긴다. 오랜 세월을 견딘 목조건축물의 기둥에 깊은 균열이 있는 것도 대부분 이러한 자연 건조와 함수율 변화의 결과이다. 과거에는 이를 자연스러운 목재의 특성으로 받아들였지만, 오늘날의 건축에서는 보다 정밀하고 예측 가능한 재료 성능이 요구된다.
이러한 이유로 목재의 함수율을 안정적으로 낮추기 위한 다양한 건조 및 열처리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자연 건조 외에도 고온 건조와 열처리 공정이 도입되었으며, 다음과 같은 다양한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 고온 수증기 열처리 (Steam Heat Treatment)
• 기류열처리 방식 (Hot Air / Convection Method)
• 기름 침지 열처리 방식 (Oil Heat Treatment)
• 화학+열 복합처리 방식 (Bio-based Chemical Modification)
• 진공 열처리 (Vacuum Heat Treatment)
이러한 열처리 공정을 거친 목재는 몇 가지 뚜렷한 장점을 갖게 된다.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치수 안정성이다. 열처리 후 함수율은 4~6% 수준까지 낮아지며, 이후 외부 수분에 대한 반응도 줄어들기 때문에 수축이나 뒤틀림이 현저히 줄어든다.
또한 곰팡이와 균류는 목재 속의 헤미셀룰로오스(hemicellulose)를 주요 영양원으로 삼는데, 열처리를 통해 이 성분이 파괴되면 곰팡이의 번식 환경이 차단된다. 송진 또한 처리 과정에서 제거되거나 고체화되어 외부로 배어나오는 현상이 줄어들고, 열에 의한 살균 효과로 박테리아 역시 제거된다.
이처럼 여러 장점을 가진 탄화목이지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기계적 강도 면에서 일반 목재보다 낮다다. 열처리 과정에서 목재 내 탄수화물이 분해되기 때문에 굽힘강도와 인장강도가 감소하고, 취성이 증가해 쉽게 쪼개질 수 있다. 따라서 구조재로 사용하기보다는 마감재나 외장재 등 비구조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자외선에 의한 표면 변색은 여전히 발생한다.
아무리 잘 처리된 탄화목이라도 실외에 장기간 노출되면 점차 은회색으로 바래게 되며, 이를 방지하려면 정기적인 오일 마감 등의 유지 관리가 필요하다. 방수 성능에 있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탄화목은 수분 흡수율이 낮아졌지만, 완전히 방수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습기가 많은 장소나 우기 환경에서는 적절한 방수 설계와 시공이 동반되어야 하며, 단면 처리와 접합부 디테일에도 신경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제약은 가격이다. 열처리 공정에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요되며, 이로 인해 일반 목재 대비 20~50% 정도 높은 단가를 형성한다. 한 번 설치된 외장재는 건물의 수명과 함께 오랜 세월을 견뎌야 한다. 특히 50년, 10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유지관리 부담을 줄이고 성능 저하를 방지할 수 있는 고성능 자재를 선택하는 것이 건축주와 설계자 모두에게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