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삶] 건축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2025-06-24     고성철 건축사·하하하 건축사사무소 (경기도건축사회)
고성철 건축사(사진=하하하 건축사사무소)

소년재판을 통해 6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은 소년보호시설에서 6개월 동안 생활하게 된다. 범죄자의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다. Second Chance Library(이하 SCL)는 2024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6월 초, 경기도 각 지역의 기자이신 건축사님들과 이곳을 방문했다.

가정과 학교, 사회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은 이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작가’로 불리게 된다. 작가로서 출근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교사는 ‘편집자’로 불린다. 작가를 관찰하고, 소통하고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본다.

당일 오전,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 ‘편집자’의 안내를 받으며 SCL에 들어섰다. 벽과 천장이 하나의 목구조로 둘러싸고 있다. 고래 뱃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바닥의 푹신한 쿠션 의자는 위해 없이 몸을 포근하게 감싸 준다. 가로로 긴 창밖으로 보이는 푸르른 자연의 풍경은 마음의 평온함을 준다. 벽이 없는 공간은 ‘작가’들의 변화와 성장에 따라 레이아웃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검은 죄를 씻는 공간이 아닌,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방황했던 아이들이 하얀 도화지 상태에서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공간이 된다. 가장 사랑받을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들이 두껍게 쌓은 마음의 벽을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하나의 편인 선생님을 만나서, 벽을 허물고 새로운 삶을 꿈꾸는 공간이 된다. 그렇게 받은 도움을 또다시 누군가에게 전해 줄 희망이 자라는 곳이 된다. 건축은 아이들에게 두 번째 삶의 기회를 주는 인큐베이터가 된다.

초등학교 3학년, 적성검사 결과지에서 보게 된 ‘건축사’라는 세 글자, 그 이후로 모눈종이에 잠수함의 단면을 상상하며 그리고, 다빈치처럼 만능이 되고자 책을 읽고 열심히 공부했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대학교를 가고, 공모전을 나가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취직을 하고, 3년이라는 시간을 바쳐서 자격을 취득했고, 사무소를 개소한 지 어느덧 7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건축 경기는 불경기를 지나 무경기가 된 지 오래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조차 침묵하게 되는 하루하루가 쌓여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방문한 SCL은 저마다의 꿈을 키우며 건축사가 되고자 했던 그 초심을 찾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건축은 우리의 삶과 늘 함께 하면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 힘의 시작점에 건축사가 있기에, 대한민국의 모든 건축사들이 큰 자부심을 갖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