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미영 건축사 “치열한 설계공모…투명하고 공정한 설계공모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
I am KIRA 신입회원인터뷰-백미영 건축사(대구광역시건축사회) 수십 개 작품 제출, 단시간 심사…공모 운영방식 재고해야 독일, 발주처가 추구 방향 담아 신중히 심사위원 구성 “지방에도 좋은 건축 실무교육 기회 많아졌으면”
“독일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는 건축물이 많습니다. 독일에서 건축을 하며 그런 건축물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건축물의 공통점은 결국 주변과 환경을 먼저 고려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배움과 기억을 바탕으로 앞으로 친환경 건축물을 구현하는 데 힘쓰고자 합니다.”
백미영 건축사(라움재 건축사사무소)는 한국과 독일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실무를 하며 공간에 대한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공간에 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독일에서 학업과 실무를 거쳐 한국에 돌아온 지 10여 년이 될 무렵, 사무소를 개소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일인가?’, ‘제대로 건축사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회의와 제자리걸음 같은 일상 속에서 변화를 갈망하며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기대와 걱정 속에서 사무소를 열고, ‘라움재(RAUM:在)’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라움(Raum)’은 독일어로 공간을 뜻하고, ‘있을 재(在)’ 자를 더해 ‘공간을 고민하는 사무소’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독일에서 매일같이 듣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도, 내일도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라움재 이름으로 설계된 건물에서 생활하게 될 사용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건물을 짓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 공간 안에서 행복함을 느낀다면, 더없이 감사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훗날, 건축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이 제 인생의 마지막 꿈이자 후회 없는 마무리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구에서 일하다 보니, 건축사 실무 교육의 횟수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한적인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지방에서도 좋은 건축 실무 교육의 기회가 더욱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Q.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 업무 시 불편 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독일에서 근무할 때도 주로 설계공모를 진행했는데, 한국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간단히 비교하자면, 독일에서는 설계공모를 준비할 때 당선되기 위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동시에 심사위원들의 과거 작품이나 추구하는 방향을 분석하며 전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접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발주처가 자신들의 방향성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심사위원을 신중하게 구성하고, 심사위원들 역시 자신의 명예를 걸고 심사에 임하기 때문에 누구도 그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에서 설계공모에 참여하다 보면 공정성과 투명성이 충분히 확보됐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설계공모가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결과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공정한 심사를 위한 모두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진정한 공정성이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더불어, 지나치게 소모적인 설계공모는 제도적으로 지양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단 한 개의 당선작을 선정하는데, 많게는 50개 이상의 작품이 접수될 때도 있습니다. 발주처에서는 다양한 선택의 폭이 생겼을 수 있으나, 당선되지 못한 참여자 입장에서는, 노력에 비해 너무나 많은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등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해에도 1,000명 이상의 건축사가 꾸준히 배출되고 있으며, 새로 개소하는 건축사사무소의 수도 매우 많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치열한 자유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각자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그 안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작업이기에, 함께할 때 더 큰 시너지가 난다고 믿고 있습니다.
건축사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잘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앞으로도 설계공모 작업에 집중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