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그 후] 장정우·박경미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사무소아홉칸), 2024 강원도 건축문화상 비주거부문 우수상 수상작 ‘스테이 토성당
강원 고성 토성면에 자리한, 가족 위한 고즈넉한 쉼터 마을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건축 장정우·박경미 건축사 “바닷가 마을,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 되길”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당시 건축 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지금도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해당 건축물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맡았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2024 강원도건축문화상 비주거 부문 우수상 수상작 ‘스테이 토성당’(장정우·박경미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사무소아홉칸, 강원특별자치도건축사회)이다.
‘스테이 토성당’(장정우·박경미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사무소아홉칸)은 이름만 보면 성당(聖堂), 즉 천주교회로 오해할 수 있다. ‘토’ 자를 흙(土)으로, ‘성당’을 종교시설로 연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성당’이라는 명칭은 건축물이 위치한 강원도 토성면(土城面)의 지명에서 따온 것으로, 여기에 ‘당(堂)’ 자를 붙여 이름이 지어졌다.
‘聖’이 ‘城’으로 바뀌었을 뿐이지만, 이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실제 건축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무릇, 성당(聖堂)은 외부와 내부의 경계가 뚜렷하며, 출입을 통해 일상적 공간에서 종교적 공간으로 전환된다는 상징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진입 전후의 공간 인식과 감정의 변화가 발생한다.
이 건축물은 마을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설계자는 ‘아이와 함께 머무는 집’을 지향했다. 건물은 마을 풍경 속에 조용히 녹아들며 과한 표현 없이 주변과 어우러진다. 두 채의 저층 건물과 두 개의 마당으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는 군더더기 없이 일상에 스며든다. 숙소동과 카페동, 마당은 각각 분리돼 있지만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다. 방문객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전체 면적은 약 75㎡로 크지 않지만, 이동 동선이 효율적으로 설계돼 공간 간 연결성이 높다. 거실, 주방, 침실, 욕실은 한 시선 안에 들어오도록 배치돼, 보호자가 아이를 돌보며 머무르기에 적합하다. 욕실에는 어린이를 고려한 낮은 욕조가 설치돼 있으며, 거실에는 책과 장난감이 비치돼 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을 조용히 갖춘 공간이라는 평가다.
숙소 옆에는 ‘스튜디오 토성당’이라는 이름의 소형 카페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투숙객뿐 아니라 마을 주민에게도 열려 있으며, 에그타르트와 커피, 자체 제작 굿즈, 독립출판물 등을 제공한다. 마을 내에서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음은 설계자 장정우·박경미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장정우, 박경미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Q. 이 건축물을 설계하게 된 계기와, 설계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스테이 토성당’은 건축주의 정성 어린 프레젠테이션 메일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입니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였던 건축주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숙박업을 시작하기 위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의 이주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에는 대지 분석, 건축 목적, 지역 환경에 대한 검토, 공사비 부족 시 우선순위까지 체계적으로 담겨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 진정성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건축주의 초기 배치안과 저희의 설계안이 자연스럽게 유사했던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대지를 순수하게 해석한 건축주의 시선과 설계자의 관점이 맞닿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의 마지막에는 ‘예상 불가능’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습니다. 낯선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데 따른 두려움과 불확실함이 담겨 있었으며, 저희도 이 프로젝트를 단순한 설계 작업 이상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한 가족의 삶의 터전을 함께 만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Q. 그 과정에서 염두에 두셨던 점들은 실제 설계에 어떻게 반영하셨나요?
숙박과 카페, 두 기능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가 설계의 핵심이었습니다. 건축주는 하나의 건물 안에 두 가지 프로그램을 담되, 프라이버시 확보와 가족 중심의 공간 구성을 원하셨습니다.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자칫 어중간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각 공간의 성격과 기능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생활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 구성을 선택했습니다. 바닷가에서 진입할 때 모래를 씻을 수 있는 마당을 시작으로, 현관, 아이를 살필 수 있는 거실, 안뜰, 물놀이가 가능한 욕실 등 실제 생활을 고려한 동선과 공간을 계획했습니다. 카페는 규모는 작지만 마을과 어우러지는 단층 형태로 설계했으며, 사람들이 머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구상했습니다.
Q. 설계를 진행하시면서 특히 어려움을 느끼셨던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환경적으로 건강하고 기술적으로 안정적인 주거를 목표로 패시브 설계 요소를 반영하고자 했지만, 예산과 지역의 공사 여건이 현실적인 제약으로 작용했습니다. 시공사 섭외부터 현장 대응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경제성과 안전성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설계 외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였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시며 지니셨던 지향점이나 가치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초기에는 ‘로컬 건축’, ‘미니멀 라이프’ 등 이상적인 방향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실과 마주하면서 그 지향점들은 점차 구체화됐고, 현재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Q. 이번 작업에 그 지향점이 잘 반영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얼마 전 건축주께서 카페에서 샹송 공연을 연다는 SNS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희가 설계한 공간 안에서 삶의 장면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위안을 받았고 이 공간이 잘 활용되고 있음을 느껴 뿌듯했습니다.
Q. 이번 수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첫 수상이었기에 ‘우리는 수상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던 말이 민망할 만큼 기뻤습니다. 이번 수상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기회와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Q. 최근 특별히 관심을 두고 계신 설계 요소나 주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패시브 건축과 기술적으로 건강한 디테일 구현에 관심이 많습니다. 앞으로는 공공건축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자 합니다. 최근에는 프리패브리케이션에도 흥미를 갖고,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