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길들의 결절점에 위치한 ‘양녕 청년주택’, 장벽 되지 않도록 길들을 ‘연결’하다_ 최재원·오진국·최준원 건축사

‘Yangnyeong Youth Housing’ at the intersection of roads, ‘connecting’ roads so that they do not become barriers 최재원·오진국 / 최준원 Choi, Jaewon · Oh, Jinkuk / Choi, Joonwon (주)플로 건축사사무소 / (주)스튜디오짓 건축사사무소

2025-07-07     육혜민 기자

양녕 청년주택은 기존 양녕주차장 부지에 들어선 청년주택으로, 주민복지시설과 공영주차장, 공원이 복합된 건축물이다. 
레벨 차이 등 대지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복잡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설계자인 (주)플로건축사사무소의 최재원 건축사와 오진국 건축사, (주)스튜디오짓 건축사사무소의 최준원 건축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고민 끝에 ‘청춘로’와 ‘마을로’라는 두 개의 길을 건물로 관통시켜 위쪽과 아래쪽, 그리고 옆의 마을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건물이 또 다른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길이 만나는 지점에는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해 아이들이 뛰놀고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지난 4월 9일, '양녕 청년주택'을 설계한 세 건축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주)플로 건축사사무소 오진국 건축사, 최재원 건축사, (주)스튜디오짓 건축사사무소 최준원 건축사.

 

# 두 건축사사무소 세 건축사가 머리 맞댄 ‘양녕 청년주택’
  
박정연_ ‘양녕 청년주택’ 작업에 참여하신 두 건축사사무소의 세 분 건축사께서 자리해 주셨는데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재원_ 안녕하세요. 저는 (주)플로 건축사사무소의 최재원 대표 건축사입니다.

오진국_ 플로건축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오진국 대표 건축사입니다.

최준원_ 저는 이번 작업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주)스튜디오짓 건축사사무소의 최준원 대표 건축사입니다. 전체적인 콘셉트와 주된 방향은 플로건축사사무소에서 잡았고, 저는 디테일 조정과 설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최재원_ 그러면서 재료도 함께 선정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했습니다. 참고로 최준원 건축사와 저는 친형제이기도 합니다.

# 두 개 층 이상 레벨 차이와 심한 경사,
   땅 사이 가로막은 주차장 등을 하나로 조직
  ‘청춘로’·‘마을길’의 교차로 만들어 위·아래·옆 동네 하나로 연결 

박정연_ 양녕 청년주택을 보며, 세심한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도시의 주변 조직을 살펴보면, 여유 있는 공간과 경사지가 잘 활용돼 주차장과 다양한 레벨이 형성돼 있었고, 내부 공간과 공용부 역시 여유롭게 배치된 인상이었습니다.

최재원_ 양녕 청년주택은 설계공모를 통해 시작된 프로젝트였습니다. 공동주택이자 청년주택이면서, 하부에는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과 작은 도서관이 들어가고, 그 앞에는 공원도 조성돼야 했죠. 게다가 기존 공영주차장도 존치해야 했습니다.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이 결합된 복합 건물이었고, 평소 이런 복합적 프로그램을 어떻게 조직할지에 관심이 있었기에 유심히 살펴본 프로젝트였습니다.
프로그램 자체도, 땅의 조건도 상당히 복잡해서 그 부분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어요. 특히 두 개 층 이상 높이 차가 나는 대지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큰 숙제였는데, 주차장이 양쪽을 나누고 있었고 경사도 꽤 심했죠. 이걸 잘 정리해 기능들이 적절히 배분되고, 동네 길들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면 이 건물이 단지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동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건물이면서 공원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즐거운 동네 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오진국_ ‘양녕’이라는 이름은 원래 이곳이 양녕주차장 부지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에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지하에 주차장을 배치하고, 그 부지 일부는 아예 공원으로 지정했습니다.
보시면, 주동 앞쪽에 비어 있는 공간은 공원으로 조성돼 있고, 지하에는 시설이 들어가 있으며, 공원이 아닌 나머지 영역에만 건축이 가능하도록 계획돼 있었죠. 이런 조건 덕분에 대지 면적에 비해 외부 공간이 넓어 보일 수 있었고, 그만큼 외부 공간을 한층 더 쾌적하게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최재원_ 두 개의 길을 만드는 게 양녕 청년주택의 메인 콘셉트였어요. 길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구조인데, 기존에는 위쪽과 아래쪽이 서로 굉장히 멀리 돌아가야 닿을 수 있는 구조였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길을 건물 안쪽으로 끌어와 교차로 중심에 공원이 놓이도록 계획했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건물이 아니라 주변과 연결되는 건물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길 옆으로 커뮤니티 시설들을 배치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구성을 잡았습니다.
작은 주택 단지에 큰 청년주택이 들어가는 만큼 스케일도 많이 고민했어요. 건물을 하나의 덩어리로 두기보다는, 동네에 있는 기존 건물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적절히 분절된 매스를 구성하려 했습니다. 입면이 다소 단조롭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길과 공간의 흐름, 분절 방식 등을 잘 읽어주셔서 결국 당선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정연_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최재원_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작업에서 가장 염두에 둔 건 ‘연결’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곳은 여러 길이 만나는 결절점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지점에 건물이 들어서면 자칫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도 있잖아요. 저희는 그 반대였으면 했습니다. 이 건물이 오히려 윗동네, 아랫동네, 그리고 옆 동네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기를 바랐죠. ‘청춘로’와 ‘마을로’, 두 개의 길을 잇고 그 주변이 삭막해지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출퇴근길에 아이들이 옆에서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커뮤니티 시설들을 마치 상가처럼 길 옆에 배치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사람들이 놀이터에서 놀거나 쉬는 공간이자, 마을의 교차로가 만나는 이 지점에서 건물이 자연스럽게 만남의 장소로 작동하길 바랐습니다. 예전엔 그저 주차장이던 자리에 이 건물이 들어서면서 누구나 편하게 모이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건축사라면 누구나 그런 장면을 꿈꾸겠지만, 현장에서 아이들이 실제로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아, 잘 지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 첫 공공 설계공모 당선작으로 더욱 뜻깊고
   주민들의 호응 등 좋은 기억으로 남아

오진국_ 프로젝트 외적으로도 이 작업은 저희에게 의미가 컸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저희 사무소에서 개업한 이후, 공모로서는 처음 당선된 프로젝트였거든요. 그때 함께 사무실을 쓰던 팀을 저희는 ‘뚝섬플레이스’라고 불렀는데, 첫 당선이 너무 뜻깊어서 거의 잔치처럼 축하했을 정도였습니다. 2017년 당시 저희 모두 30대 청년이었고, 당선된 후 곧바로 준공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간이 꽤 흘렀고, 결국 작년 4월에서야 준공이 이뤄졌습니다. 그때는 아직 설계의도 구현이 제도화되기 전이라, 당선이 됐더라도 설계 이후 단계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현장에서 감리단과 시공사 측에서 꾸준히 저희에게 설계자로서의 의견을 물어봐 주셨고, 구청에서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여러 방식으로 연락을 주셔서 비공식적으로나마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정 전체를 함께 지켜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건물이 잘 지어져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팀워크를 발휘해 함께 했던 작업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았고, 저희에게는 여러모로 뜻깊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최준원_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주민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이 동네는 원래 청년들과 마을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했던 곳이었는데요, 그만큼 공공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높았어요. 저에게도 첫 공공 프로젝트였는데, 다른 구청이나 마을 복합시설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정말 열의 있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셔서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많았고, 설계도 좋게 봐주시며 기대를 해주셨는데, 결국 준공까지 거의 10년 가까이 걸려 조금 안타깝습니다. 만약 당선되고 1∼2년 안에 바로 지어졌다면, 그 시기에 이 공간을 필요로 했던 분들이 훨씬 잘 활용하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결국 건축은 타이밍도 참 중요한 요소라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오진국_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님 두 분, 구청장님 두 분이 거쳐가셨고, 건축과 담당자도 체감상 10명은 교체됐던 것 같습니다. 시공사와 감리단도 중간에 바뀌다 보니, 당초 설계의도를 끝까지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에게도 매우 뜻깊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2층 공용공간은 꼭 잘 지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습니다. 다만 처음 계획에는 보이드 공간도 있었고 더 여유 있는 구성이었는데, 설계 과정 중 유닛이 커지면서 주동은 그대로지만 그런 부분들이 사라져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들도 마련돼 있지만, 처음에는 마을 도서관이나 청소년 공부방처럼 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계획돼 있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실제로 잘 운영되려면 공간뿐만 아니라 운영 주체와의 사전 협의도 꼭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이유로 그 운영 주체들이 지금은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준원 건축사님 말씀대로, 당선 직후 바로 준공됐더라면 당시 이 공간을 필요로 했던 분들이 정말 잘 사용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재원_ 맞아요. 그 열의가 넘쳤던 시기에 사용됐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어느덧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니까요.

# 2개 층 높이의 필로티 공간…
   도심 주거 청년과 주민 위한 여유 공간으로
   BF 인증 도입 초기 적응 과정 거쳐

박정연_ 인상 깊었던 점과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해 주셨는데요, 혹시 그 외에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나 작업 과정에서 겪은 난관, 혹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최재원_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길’입니다. 위에서 내려오면서 바라보거나, 청춘로와 마을로 양쪽에서 접근했을 때도 중앙에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시야에 들어오는 게 참 좋습니다. 의도했던 대로 사람들이 공간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설계자로서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다만 디자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대지 조건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주차 50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거든요. 사실 일반적인 대지에서도 쉽지 않은 수치인데, 이곳은 기존에 주차장이었기 때문에 모든 기둥을 고려해 주차 면을 넣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는 억지로 넣은 듯한 구조가 되고 말았고, 그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차 대수를 조금 줄이더라도 좀 더 여유 있는 주차장을 만들 수 있었다면 전체적인 공간의 퀄리티가 훨씬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준원_ 난관이라고 하면, 저는 이 프로젝트가 거의 BF 제도가 막 도입되던 시기에 시작된 작업이라 당시에는 BF가 뭔지도 잘 몰랐던 상태였습니다. 그냥 ‘배리어 프리’는 좋은 거니까 법규에 맞춰 제출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제출하고 나니 너무 많은 체크 사항이 돌아왔고, 그걸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했고, 그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둥 위치부터 화장실, 계단까지 구조적으로 수정이 필요했고, 특히 BF에서는 비슷한 수치나 계산이 허용되지 않고 정확하게 맞아야 하다 보니 그 부분에 익숙해지기까지 적응이 필요했어요. 그 과정에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고생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재원_ 그 부분은 저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지가 워낙 어려운 조건이라 모든 기준을 완벽히 충족시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조건을 무조건 다 맞춰야 했으니까요. 사실 일부 조건만 충족하더라도 실제 사용에는 큰 불편함이 없이 더 나은 방향을 택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박정연_ 좋은 취지의 제도라는 점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솔직히 어떤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습니다. 규정을 따르다 보면 더 나은 건축적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왜 이 항목이 이렇게까지 규정돼 있는지 의문이 드는 지점도 있었어요. 실제 설계나 시공 과정에서는 유연성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진국_ (웃음)네, 당시 저희 셋이 건물 앞으로 나와서 마음을 가라앉혔던 기억이 납니다.
이 건물은 노출 콘크리트로 계획됐는데, 공공 프로젝트에서는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데 대한 부담이 있다 보니 발주처나 시공사 측에서 마감을 바꾸자는 요청이 여러 차례 있었어요. 결국 일부 구간은 미장 페인트로 마감이 바뀌긴 했지만,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에는 최대한 노출 콘크리트를 유지해 완공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콘셉트 상 절충부 등에 밴드 라인 같은 요소를 살리고 싶었거든요. 공사를 하다 보면 품질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거나 다른 이유로 마감재를 덧붙이는 경우가 생기는데, 비록 계획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전체적인 이미지나 외장 분위기에서 저희가 추구했던 방향이 현장에서 존중받았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건 저희의 의지만으로 된 건 아니고, 저희가 낸 의견을 현장의 여러 관계자분들이 함께 수용해 주신 덕분이라 생각해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2층 필로티입니다. 길을 만들고 지형을 활용하면서 공용 커뮤니티 공간까지 아우르는 2개 층 높이의 필로티 공간이 생겼는데, 청년주택에서 이런 공간감을 갖추기란 사실 쉽지 않거든요. 지역에서는 집값 하락 우려 같은 시선도 있는 게 현실이라서요. 그 당시 저희도 청년이었기 때문에, 도시에 사는 청년들에게 공원을 바라보며 잠깐이라도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그 공간을 끝까지 지킬 수 있었다는 점이 저에게는 무척 의미 있게 남아 있습니다. 면적을 키우는 과정에서 없어질 수도 있었던 공간이지만, 주사용(主使用) 계층인 청년들을 위해 남겨졌고, 지금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쓸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 건축물, 사용자에 영향 미쳐…
   사람들이 편안한 공간 꾸준히 작업할 수 있길 희망
   어린이·노인 등 위한 공공건축물 더 보람 느껴
   하루하루 성실히 작업할 것

박정연_ 앞으로 추구하시는 목표나 지향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재원_ 여러 건축물을 설계해 보고 싶습니다. 물론 잘 만들어진 건물을 하나하나 완성해 가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이 인상 깊은 것처럼 어떤 마을이나 동네에서 주민들이 함께 모이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 제게는 더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그게 외부 공간일 수도, 실내 프로그램 공간일 수도 있고요. 딱딱하지 않고 편안하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양녕 청년주택도 그런 프로젝트 중 하나였고, 앞으로도 이런 작업들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진국_ 저희가 여러 가지 이유로 공공건축을 많이 하고 있는데, 개업하고 보니 젊은 건축사에게는 도전하기 좋은 기회라는 점도 크고, 또 공공건축은 민간건축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능하다면 어린이, 노인, 청년처럼 사회적으로 상대적 약자인 분들을 위한 건축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은 제가 직접 경험하게 될 상황들을 떠올리며, 그에 맞는 더 나은 공공건축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최재원_ 맞습니다. 그런 건물들이 실제로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몇몇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경험하고 나니, 앞으로는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건축이 단지 공간을 만드는 일을 넘어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느낀 순간들이 있어서, 그런 경험들이 계속 쌓이기를 바랍니다.

오진국_ 제가 저희 아이가 다니는 <공동육아 개구리어린이집>을 설계한 지도 벌써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다른 사무소에서 활동하는 아내와 함께한 유일한 프로젝트였는데, 저희 두 아이 모두 엄마·아빠가 설계한 터전에서 오랜 기간 지내다 졸업했어요. 건축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설계한 공간을 사용자가 직접 어떻게 쓰는지를 보는 게 가장 보람 있는 일 중 하나인데, 그 사용자가 제 가족이었기 때문에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가까이서 그 공간을 접하고 관찰하면서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고, 그런 체감이 이후 작업에도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최준원_ 저는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하루하루 성실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와 별개로 건축 자체에 대한 관심, 특히 재료나 공간 구성 방식에 대한 흥미는 계속 가지고 있고요. 요즘은 공공건축 위주의 작업을 하다 보니 대부분 비슷한 재료가 사용되고, 결국은 그것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저렴하면서도 더 좋은 방식으로 공공건축에 적합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제 개인적인 관심사입니다. 목표는 성실함에 두되, 이런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품고 가고 싶습니다.
박정연_ 마지막으로, 건축을 고민하는 분들이나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최준원_ 요즘 건축계도 그렇고 전반적인 건설경기도 좋지 않다 보니 공공 프로젝트에 많이 몰리는 분위기인데, 부디 모두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내고 다시 현장에서 웃으며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오래도록, 그리고 건강하게 건축을 이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최재원_ 정말 어려운 시기라는 걸 저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뭐든 하나씩 해나가며 꿋꿋하게 버텨서 결국 모두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이 시기를 잘 견뎌냈으면 좋겠습니다.

오진국_ 저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함께하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에도, 지금도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만큼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중요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이 즐거워지고, 웃을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요. 무엇보다도 준공작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다들 조금씩 버티며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글 육혜민 기자·사진 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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