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건축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를 확장하는 보조자”

대한건축학회, ‘AI와 인간중심의 설계를 잇다’ 세미나 개최 반복작업에서 시간 단축하고, 더 많은 상상력 확장 ‘가능’ 창의성 판단 기준과 윤리,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필요

2025-04-28     박관희 기자
대한건축학회는 4월 25일 AI와 건축설계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은 숭실대 김주연 교수의 주제발표 모습.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건축설계 패러다임의 전환을 앞당길 만큼 파급력이 있는 ‘AI와 건축설계’를 둘러싼 현실과 전망을 밝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업계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AI가 건축설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진단하고, 창의적인 설계를 위한 파트너로서 AI의 가능성이 논의됐다.

대한건축학회(학회)는 4월 25일 2025년 춘계학술대회에서 ‘건축의 새로운 연결, AI와 인간중심의 설계를 잇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서울대학교 내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학회 건축설계위원회(위원장 이경선 교수)의 주관으로 KAIST 차승현 교수와 숭실대학교 김주연 교수의 주제발표, 두 발표자와 ▲금오공대 이승엽 교수 ▲호남대 배지윤 교수 ▲가천대 김기림 교수가 함께한 종합토론의 순으로 진행됐다.

휴먼스페이스, 메타버스 공간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는 차승현 교수는 ‘AI 기반 센싱 데이터를 활용한 건축공간 내 인간 행동 및 반응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스마트빌딩과 IoT 기술의 발전은 건물에서 실시간 데이터 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건축연구 역시 이를 통해 정량적 센싱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차승현 교수는 쾌적하고, 안전하며,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건축공간을 위해 AI 기반 센싱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 교수는 “AI와 센서융합으로 공간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연구가 고도화됐고, 이를 통해 설계단계에서 동선·배치·환경 요소를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다”며 “건축과 데이터 과학의 협업을 통해 사용자 중심의 설계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 사회의 AI 이미지 제작 열풍 현상을 상기하며, AI 기술의 대중화에 주목한 김주연 교수는 AI가 건축설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 실제 재학생들의 졸업설계 작품사례를 통해 조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AI 기술은 건축설계 계획 초기 ▲일조 ▲소음 ▲조망 등 분석과 자동배치 제안 등 배치 최적화에 활용되고, 타당성 검토 단계에서 ▲주차 ▲유닛배치 ▲코어 자동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또 알고리즘 설계, 텍스트 기반 이미지 생성, 내부공간 제안에서도 AI를 활용할 수 있다.

주제발표 후 이어진 종합토론 전경.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김주연 교수는 “‘창의성과 효율의 교차점에서 보는 설계의 미래’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AI는 건축사의 대체제가 아니라, 설계를 확장시키는 보조자”라며 “반복과 복잡한 작업에서 시간을 단축하고, 빠른 아이디어의 확장을 가능케 하며, 설득력 있는 제안이 가능하도록 설계자에게 더 많은 상상력과 디자인 시간을 되돌려 준다”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AI는 설계의 도구이자 사고 확장의 플랫폼이지만 결과물의 저작권·윤리·창의성 판단 기준의 확립과 설계자의 역할, 미래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논의와 연구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종합토론에서 배지윤 교수는 “과거에는 건축을 대할 때 건축사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서도 학습을 하려고 했지만 요즘에는 건축 이미지에 대한 학습만 하게 돼 어떤 배경으로 나온 건축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건축 시각화의 문제는 많이 연구된 만큼, 설계교육의 중심에 뿌리, 다시 말해 가치판단 능력과 건축은 인간을 위한 것이라는 명제, 그래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데이터 수집이 중요한 항목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승엽 교수는 “카메라가 세상에 나왔을 때 회화가 사라진다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AI가 설계과정에서 조력자라는 말에 동감한다”라고 밝혔고, 사회를 맡은 영남대 김소희 교수도 “건축 설계 과정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툴들이 계속 제시되고 존재하듯이, AI 역시 우리가 주인이 되어 활용하고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